앤서니 카로의 작품 <포럼(Forum)> (1992/1994) / Photograph by Andy Stagg (C) Pitzhanger Manor & Gallery
런던 캠든타운의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한 앤서니 카로 / Photo by Nicholas Sinclair (C) The Anthony Caro Centre
장원저택의 문에 들어서기도 전에 아연 도금된 강철과 강렬한 보라색 구조물로 이루어진 〈매그놀리아 통로(Magnolia Passage)〉(2005~2006)를 만나게 되는데, 이 작품은 이 전시의 모든 구성 요소를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발견된 산업 오브제'(이 전시에서는 주로 강철 박스 빔), 조각과 공간 사이, 설치미술과 놀이터 사이의 혼동, 그리고 내부 공간이 있는 예술에 대한 제안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각은 항상 오브제와 표면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카로는 내부에 관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여러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 내부공간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앤서니 카로 센터 CEO이자 큐레이터인 폴 무어하우스의 설명이다.
이 전시회의 모든 조각 작품을 함께 만든 카로의 오랜 조수 패트릭 커닝엄(그는 1970년부터 카로가 사망할 때까지 함께 작업했다)은 "카로는 처음 시작할 때는 조각품이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될지 전혀 몰랐습니다"고 말한다. 그리고 커닝엄은 산업 폐기물을 가리키며 "아마도 이런 조각 하나에서 시작했을 것일텐데, 그리고 나서는 1인치 두께의 철판 옆에 이 조각 하나를 배치하고 싶었을 것이고, 그리고 거기로부터 다음 단계로 나아갔을 것입니다" 라고 카로의 작업에 대해 설명한다.
이 전시 제목("건축의 영감")은 건축에 대한 친밀감을 보이지만, 이것은 건축이 작동하는 방식은 아니다. 사전 설계가 없는 건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카로의 작품은 공간에 대한 몽환적인 이해를 보여주며, 실용적인 결과물보다는 무의식적 관념이 그리는 공간을 제시한다. 이는 조각과 공간 모두를 자유롭게 하는 기법이다. 카로는 "건축은 아마도 가장 순수한 추상적 시각 형태일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카로의 작품 <어린이 타워 룸(Child's Tower Room)> (1983~1984) / Photograph by Andy Stagg (C) Pitzhanger Manor & Gallery
카로의 작품 <눈은 알고 있다(The Eye Knows)> (2013) / Photo by John Hammond (C) Anthony Caro Centre
카로는 아마도 자신의 보스였던 헨리 무어와 연관되어서인지 야외 조각 공원들을 싫어했고, 자신의 작품을 화이트큐브(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가장 기본적인 실내공간-역자 주) 에 전시하기를 원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도 나이가 들어 누그러지면서 야외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포럼(Forum)〉(1992/94)의 무겁고 녹슨 프레임이 바깥 정원에 편안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이 가장 인상적으로 구성된 작품은 두 건물 사이의 작은 외부 공간에 있어 여러분들이 놓치기 쉬울 수도 있다.〈문(Door)〉(실제 문이 아님)은 부분적으로 공원의 후원으로 가는 실제 문을 가리기도 드러내기도 한다. 기계 부품과 건축 요소로 이루어진 이 아연 도금 강철 구조물(거대한 말뚝과 강철 기둥처럼 보이는 것들로 만들어진)은 원래 무엇이었는지 반쯤 알아볼 수 있는 것들, 너무 평범해 보이지도 않는 모더니티 요소들, 건설 현장의 임시변통, 금속으로 지은 창고와 농업 건축물의 평범한 재료들로 만들어졌다.
<가을 랩소디> (2011) / Photo by John Hammond (C) The Anthony Caro Centre
<앤서니 카로: 건축의 영감(Anthony Caro: The Inspiration of Architecture)> 전시는 영국 런던 서부 핏쟁거매너(Pitzhanger Manor)에서 3월 9일부터 9월 10일까지 열린다.
이 글은 국제시사·문예 버티컬 PADO의 '묵중한 금속의 모험: 조각가 앤서니 카로'를 요약한 것입니다.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