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날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 종목들이 일제히 급등하면서 국내 투자심리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29일(현지시간) 전일 대비 4.26달러(7.19%) 급등한 63.5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실적은 좋지 않았다. 마이크론은 지난 분기(2022년12월~2023년2월) 매출액이 36억9000만달러, 주당순손실은 1.91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 주당순손실 86센트보다 적자폭이 더 큰 '어닝 쇼크' 였다. 하지만 이후 경영진이 긍정적 실적 전망을 내놓자 주가가 크게 움직였다. 마이크론은 이미 14억달러 어치의 재고를 상각했고 공급 과잉이 사라지면서 반도체 가격상승이 조만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의 가장 큰 수요처인 데이터센터 매출은 올해 2분기 바닥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최근 챗GPT 등 AI 열풍이 지속되면서 반도체 수요 역시 폭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3.27% 상승 마감했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최악인 만큼 반등의 여지가 더 커지고 있다고 본다. 반도체 재고 피크아웃(정점 통과)과 가격 반등 시점은 올해 2~3분기쯤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가의 선행성을 감안하면 지금이 업종 비중을 확대해야 할 시기라는 분석이다. 황성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업계에 자발적인 감산 공조가 성공적으로 위기를 줄여간다면 이는 과거에 없던 상당히 중요한 변화가 될 것"이라며 "단기적인 반도체 산업의 전망은 암울하지만 거시적인 더블딥을 우려하기보다 한국의 반도체 업종에 적극 투자하길 권한다"고 밝혔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공급 전략의 피봇(입장 전환)은 중대한 변곡점을 만들 수 있다"며 "그 열쇠는 인위적 감산을 하지 않고 있는 업계 1위 삼성전자가 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삼성전자가 2019년 이후 최대 디램 점유율과 영업적자 위험, 후발주자 대비 높은 재고 등을 이유로 감산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반도체 산업 투자 기대감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이다.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위한 3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본격화하면 반도체 소부장주가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다. 박성홍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이 반도체 전공정 소재·부품업체들을 선제적으로 비중확대할 적기"라며 "메모리와 비메모리 수요 증가로 주요 고객사의 증설 필요성이 커지면서 소재·부품업체들의 접근 가능 시장은 지속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