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수젯' 주역까지…한미 CEO 3인방 퇴진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3.03.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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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수젯' 주역까지…한미 CEO 3인방 퇴진


한미약품 '최고경영자(CEO) 3인방'이 모두 일선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말 퇴임이 결정된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과 이관순 부회장에 이어 우종수 한미약품 대표도 사임했다. 신약 개발(권세창)과 글로벌 전략(이관순), 영업 관리(우종수)를 담당하며 창업주 고 임성기 선대회장을 도와 한미약품을 키워낸 공신들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동시에 공식 퇴진한 셈이다. 그룹 지배력을 키운 창업주의 배우자 송영숙 회장의 새 리더십을 세우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3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전일 정기 주총에 이어 이사회를 열고 새 대표이사로 박재현 제조본부장(부사장)을 선임했다. 이에 따라 우종수 기존 대표이사는 사임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우 대표의 사임은 뜻밖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번 주총 안건으로 박 제조본부장과 서귀현 R&D센터장(부사장), 박명희 국내사업본부장(전무) 등 3명의 신규 사내이사 선임의 건이 예고된 이달 초만 해도 신규 사내이사 3명이 우 대표와 함께 이사회를 통해 한미약품 주요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한미약품 그룹 내부에서도 나왔다.

권 사장과 이 부회장은 이미 지난해 말 퇴임이 결정돼 이번 주총에서 공식 퇴진이 예정된 상태였지만, 우 대표 거취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하마평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 대표의 임기가 아직 2년 더 남은 상태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우 대표 체제로 이사회 신구 조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우 대표가 중도 사임하게 됨에 따라 한미약품을 이끌어온 'CEO 트로이카'는 모두 공식적으로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우 대표는 한미약품의 영업과 관리를 책임진 CEO였다. 우 대표는 연매출 1000억원이 넘는 고혈압치료제 아모잘탄과 고지혈증치료제 로수젯의 상용화를 주도하며 제네릭에서 개량신약, 혁신신약으로 이어지는 한국형 연구개발(R&D) 모델을 만들었다.

권 사장은 연구센터장, R&D 총괄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며 한미약품의 바이오신약 프로젝트 다수를 지휘했다. 이 부회장은 국내 제약업계 최연소 연구소장을 거쳐 한미약품 대표이사와 부회장을 역임했다. 신약 기술수출의 포문도 이 부회장이 열었다. 우 대표와 권 사장, 이 부회장의 한미약품 근속 연수를 합하면 100년에 육박한다. 세 명의 전문 경영인과 창업주의 끈끈한 관계는 제약업계에 잘 알려졌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경영진 세대교체가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안팎에서는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 리더십을 세우려는 송 회장의 의지가 강했다는 말이 나온다. 송 회장은 전일 열린 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반면 송 회장을 제외한 오너 일가의 그룹 이사회 퇴진 양상도 이어졌다. 창업주의 차남인 임종훈 사장은 전일 한미약품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에 따라 오너 2세 중 그룹 이사회에 남은 인물은 장남 임종윤 사장 한 명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임종윤 사장 역시 내년 주총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2020년 선대회장 타계 후 그의 3명의 자녀인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 장녀 임주현 사장이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이사회에 각기 이름을 올렸지만 2021년부터 차례로 물러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 리더십을 송 회장으로 일원화하는 가운데 1세대 경영인 3인방과 오너 2세의 이사회 퇴진이 맞물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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