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누비는 '순환버스' 안되나요?[우보세]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23.03.3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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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오 세훈 서울시장이 유럽 출장 중이던 지난 20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연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서울시오 세훈 서울시장이 유럽 출장 중이던 지난 20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연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서울시


"서울시민들이 '한강'이란 공간을 활용해 행복이 극대화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한강변에 가족들이 모여 앉아 잔디밭 위에서 풍경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 정말 큰 기쁨이 가슴속에 피어오른다."

최근 발표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영국 런던과 아일랜드 더블린, 독일 함부르크, 덴마크 코펜하겐을 순차적으로 둘러본 자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수차례 강조한 말이다. 서울처럼 강이나 운하를 끼고 있는 도시들인 만큼 개발을 앞둔 '한강'에 대한 그의 애정을 읽을 수 있다.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는 오 시장이 2007년 추진했던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자연과 공존하는 한강 △이동이 편리한 한강 △매력이 가득한 한강 △활력을 더하는 한강 등이 담긴 4대 핵심전략과 55개 세부사업으로 구성됐다. "15년간 변화된 사회 트렌드를 반영하고 한강의 새로운 도약을 추구할 때"라는 오 시장의 진단처럼 곤돌라와 대관람차, 부유식 수영장, 수상버스 등 다채로운 사업이 곳곳에 포진됐다.

하지만 접근성 개선이 없이는 사업 시너지가 극대화되지 않는다는게 문제다. 실제로 이번에 오 시장과 함께 찾은 도시들의 경우 사람들이 다양한 수변 시설들을 쉽게 걸어서 이용할 수 있었다. 런던의 명물로 자리 잡은 런던아이(대관람차)와 리버버스는 시내 지하철역에서 몇 분 거리에 있고, 코펜하겐 중심부 브리게 섬에 있는 하버배스(해수풀장) 이용객들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해 간이 사우나까지 즐긴다.



직접적인 비교는 할 수 없지만 우리 한강 활용법과는 차이가 느껴졌다. 서울의 한강도 삶의 질을 풍성하게 할 수 있는 나들이 장소다. 과거엔 백사장과 모래섬이 있었고 겨울엔 썰매를 타는 일이 일상이었다. 지금의 한강 모습 어떤가. 두 차례 걸친 대규모 개발사업의 결과물로 거대한 아파트 단지와 강변북로, 올림픽대로가 들어서있다. 그렇다 보니 시민들은 '나들목'(토끼굴)이라 불리는 지하통로를 차나 자전거로 지나야 한강에 닿을 수 있다. 한강은 시민들에게 가깝고도 먼 곳인 셈이다.
덴마크 코펜하겐 명소인 하버배스(Harbour bath) 전경./사진제공=서울시덴마크 코펜하겐 명소인 하버배스(Harbour bath) 전경./사진제공=서울시
아무리 좋아도 접근하기 힘들면 그림의 떡이다. 한강공원으로 가는 길이 편하게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서울시도 잘 알고 있다. 도시공원에서 한강까지 걸어갈 수 있도록 길도 만들고 오래된 나들목도 고치고 새로 조성한다. 나들목 신설은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개별 투자 심사 후 추진된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

시민들의 목소리는 분명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한강공원에 가고 싶고 지하철역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원한다. 한강변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도 한강에선 한참 멀다. 자가용을 많이 이용하는 이유다. 지난해 8월 반포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린 한강달빛야시장 때문에 극심한 교통혼잡이 빚어진게 이런 상황을 보여준다.

'한강 르네상스 2.0'은 시민 누구나 골고루 수변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배치하고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사업이다. 서울시장이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시민들이 원하는 것을 해결주는게 필요하다. 오 시장은 2010년에 '남산 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면서 '남산전용 셔틀버스(현 남산순환버스)'를 도입했다. 현재 청계천과 청와대 인근에는 자율주행버스도 다닌다. 한강도 마찬가지다. 대중교통과 연계되는 셔틀버스 운영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오 시장은 "조직 간 칸막이를 허물고 시민의 입장에서 고민하면 그게 바로 창의행정"이라고 했다. '한강 르네상스 2.0'에서 이런 창의가 성과를 내길 기대해본다.

지난 2010년 10월 21일 오전 서울 남산 팔각정 휴게소 앞에서 열린 친환경 대형 전기버스의 본격 운행을 알리는 개통식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왼쪽 5번재)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지난 2010년 10월 21일 오전 서울 남산 팔각정 휴게소 앞에서 열린 친환경 대형 전기버스의 본격 운행을 알리는 개통식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왼쪽 5번재)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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