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수젯 신화'까지 퇴진…한미약품 'CEO 트로이카' 모두 떠났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3.03.30 15:48
글자크기
'로수젯 신화'까지 퇴진…한미약품 'CEO 트로이카' 모두 떠났다


한미약품 (308,500원 ▼7,500 -2.37%) '최고경영자(CEO) 3인방'이 모두 일선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말 퇴임이 결정된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과 이관순 부회장에 이어 우종수 한미약품 대표도 사임했다. 신약 개발(권세창)과 글로벌 전략(이관순), 영업 관리(우종수)를 담당하며 창업주 고(故) 임성기 선대회장을 도와 한미약품을 키워낸 공신들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동시에 공식 퇴진한 셈이다. 그룹 지배력을 키운 창업주의 배우자 송영숙 회장의 새 리더십을 세우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3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전일 정기 주총에 이어 이사회를 열고 새 대표이사로 박재현 제조본부장(부사장)을 선임했다. 이에 따라 우종수 기존 대표이사는 사임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우 대표의 사임은 뜻밖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번 주총 안건으로 박 제조본부장과 서귀현 R&D센터장(부사장), 박명희 국내사업본부장(전무) 등 3명의 신규 사내이사 선임의 건이 예고된 이달 초만 해도 신규 사내이사 3명이 우 대표와 함께 이사회를 통해 한미약품주요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한미약품그룹 내부에서도 나왔다.

권 사장과 이 부회장은 이미 지난해 말 퇴임이 결정돼 이번 주총에서 공식 퇴진이 예정된 상태였지만, 우 대표 거취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하마평이 없었던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우 대표의 임기가 아직 2년 더 남은 상태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우 대표 체제로 이사회 신구 조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우 대표가 중도 사임하게 됨에 따라 한미약품을 이끌어온 'CEO 트로이카'는 모두 공식적으로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우 대표는 한미약품의 영업과 관리를 책임진 CEO였다. 우 대표는 연매출 1000억원이 넘는 고혈압치료제 아모잘탄과 고지혈증치료제 로수젯의 상용화를 주도하며 제네릭에서 개량신약, 혁신신약으로 이어지는 한국형 연구개발(R&D) 모델을 만들었다.

권 사장은 연구센터장, R&D 총괄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며 한미약품의 바이오신약 프로젝트 다수를 지휘했다. 이 부회장은 국내 제약업계 최연소 연구소장을 거쳐 한미약품 대표이사와 부회장을 역임했다. 신약 기술수출의 포문도 이 부회장이 열었다. 우 대표와 권 사장, 이 부회장의 한미약품 근속 연수를 합하면 100년에 육박한다. 세 명의 전문 경영인과 창업주의 끈끈한 관계는 제약업계에 잘 알려져 있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경영진 세대 교체가 마무리 됐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안팎에서는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 리더십을 세우려는 송 회장의 의지가 강했다는 말이 나온다. 송 회장은 전일 열린 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32,000원 ▼700 -2.14%) 정기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반면 송 회장을 제외한 오너 일가의 그룹 이사회 퇴진 양상도 이어졌다. 창업주의 차남인 임종훈 사장은 전일 한미약품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에 따라 오너 2세 중 그룹 이사회에 남은 인물은 장남 임종윤 사장 한 명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임종윤 사장 역시 내년 주총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2020년 선대회장 타계 후 그의 3명의 자녀인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 장녀 임주현 사장이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이사회에 각기 이름을 올렸지만 2021년부터 차례로 물러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 리더십을 송 회장으로 일원화하는 가운데 1세대 경영인 3인방과 오너 2세의 이사회 퇴진이 맞물린 셈이다. 한미약품 그룹 관계자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쇄신과 세대교체를 통해 담대한 혁신의 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한미의 창조와 혁신, 도전 정신을 더욱 발전시켜 새로운 미래를 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