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식사? 사직서 내", 교장 정강이도 '퍽'…갑질 이사장의 최후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2023.03.3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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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학교 교장과 직원들에게 각서를 강요하고 협박·폭행을 저지른 대전의 한 사립고 전 이사장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9일 대전지법 형사2단독은 강요·협박·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81)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18년 5월 자기가 이사장으로 있던 대전의 한 사립 고등학교에서 담배꽁초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며 옷걸이로 교장 B씨 머리를 때리고, 이듬해 12월과 2020년 9월 자기 사무실에서 "교사들 사직서를 받으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며 B씨 정강이를 걷어찬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2017년 4월5일에는 교사 C씨가 위암 수술 뒤 식이요법을 위해 외부 식사를 했다는 이유로 '앞으로 밖에서 점심을 먹으면 자진해서 사직하겠다'는 각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혐의도 있다.

또 행정실 직원 D씨가 체중이 많이 나간다며 살을 빼라고 강요하거나 자기 지시에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는 등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혐의는 D씨가 합의하면서 처벌을 원하지 않아 공소 기각됐다.



A씨는 갑질 논란으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2020년 이사직을 사퇴했다.

재판부는 "학교법인 이사장으로서 소속 교직원 신분에 대한 실질적 영향력을 갖고 있음을 기화로 상당한 시간에 걸쳐 다수 교직원을 대상으로 폭행을 저질렀다"며 "또 '지시를 어기면 자진 사직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게 해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본건 고소 이후 2020년 이사장직에서 사임해 신분상 불이익을 입었고 재범의 염려가 없다"며 "지난해 항암화학요법을 받고 있으며 피해자 중 일부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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