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법' 대국민 설득 나선 한덕수 총리 "대통령께 거부권 건의"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23.03.2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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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국회 통과에 따른 대국민 담화문 발표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양곡관리법 관련 담화문 발표를 하고 있다. 2023.03.29.[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양곡관리법 관련 담화문 발표를 하고 있다. 2023.03.29.


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양곡법)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또 양곡법이 농민을 비롯해 우리 국민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국회에서 다시 논의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국회 통과에 따른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며 "정부는
우리 쌀 산업의 발전과 농업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양곡법 개정안 재의요구(거부권)를 대통령께 건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 그리고 농업, 농촌, 농민의 삶과 직결된 일로 정치적 이익을 추구해선 안된다"며 "개정안은 국민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실패가 예정된 길로 정부는 차마 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양곡법 개정안'은 우리 국민이 쌀을 얼마나 소비하느냐와 상관없이 농민이 초과 생산한 쌀은 정부가 다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매수 법'이다"며 "이런 법은 농민을 위해서도 농업발전을 위해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양곡관리법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 하고 있다. 2023.3.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양곡관리법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 하고 있다. 2023.3.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 총리는 이날 10여분에 걸쳐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양곡법의 폐해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개정안은 시장의 수급조절 기능을 마비시키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돌아간다"며 "지금도 정부는 반복되는 생산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할 때 남는 쌀을 사들이는 '쌀 시장격리'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 조치는 시장이 제 역할을 못 하는 긴급한 상황에 한해 최소한의 수준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쌀이 남아도는데도 영구히 무조건 사들이는 것은 시장의 수급조절 기능을 더욱 무력화시킨다. 공급과잉이 더 심해지고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라며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재 23만톤 수준의 초과 공급량이 2030년엔 63만톤을 넘어서고 쌀값은 지금보다 더 떨어져
17만원 초반대에 머무를 것으로 농촌경제연구원은 전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업인들이 입게 되고 특히 영세농업인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쌀 가격을 안정시키고 농민을 보호하겠다는 명분과는 달리 개정안은 더더욱 우리 농업을 파탄으로 몰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또 이 개정안으로 미래 농업에 투자해야 할 재원이 사라지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개정안에 따른 재정부담은 연간 1조원 이상인데 이 돈이면 300개의 첨단 스마트팜을 조성하고 청년 벤처농업인 3000명을 양성함과 동시에 농촌의 미래를 이끌 인재 5만명을 키울 수 있다"며 "과잉생산된 쌀을 정부창고에 수년간 보관하다가 5분의 1, 1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으로 주정용이나 사료용으로 처분하는 것은 혈세의 낭비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양곡관리법 관련 담화문 발표를 하고 있다. 2023.03.29.[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양곡관리법 관련 담화문 발표를 하고 있다. 2023.03.29.
한 총리는 이밖에 진정한 식량안보 강화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 총리는 "무엇이 진정한 식량안보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미 자급률이 높은 쌀을 더 생산하는 것은 합당한 결정이 아니다"며 "쌀만 가지고 식량안보를 따지는 시대는 지났다. 국민들의 먹거리 수요변화에 맞춰 농축산물, 수산, 가공품 등 다른 분야의 수급을 균형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농산물 수급에 대한 과도한 국가개입은 이미 해외에서도 실패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1960년대 유럽에서도 가격 보장제를 실시했다가 생산량 증가와 가격하락에 따른 농가소득 감소 부작용으로 결국 중단했고 태국도 2011년 가격개입정책을 펼쳤다가 수급조절의 실패와 과도한 재정부담으로 이어져 3년 만에 폐지했다"며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포퓰리즘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농업계 많은 전문가들도 이번 법안에 대해 쌀 산업과 농업의 자생력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농연, 쌀전업농연합회 등 농업인 단체들도 법안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국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일방적으로 처리되었다는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끝으로 "(거부권 요청) 결정은 국익과 농민을 위하고 올바른 길로 가기 위한 결단이라는 점을 국회와 농업계,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서 이해해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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