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도색 줄어드나' 페인트업계 실적 개선에도 근심중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3.03.2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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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도색 줄어드나' 페인트업계 실적 개선에도 근심중


지난해 페인트업계가 제품가격 인상과 안정된 국제유가 영향으로 실적개선을 이뤄냈다. 하지만 올해는 건설·부동산 경기 악화로 시장 규모가 축소되는 등 시장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평가다. 사업다각화로 위험을 분산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간의 성적이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페인트업계는 엔데믹에 따른 경기 호전 영향으로 호실적을 기록했다. 업계 1위 KCC (231,000원 ▼5,000 -2.12%)는 도료부문 매출이 전년도 1조6776억원에서 1조7489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도 262억원에서 603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페인트를 주력으로 하는 노루그룹 역시 성장세를 이어갔다. 노루홀딩스 (11,090원 ▼190 -1.68%)를 제외한 노루페인트 (9,140원 ▼220 -2.35%)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7532억원, 영업이익 261억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증가했다. 삼화페인트 (7,540원 ▲30 +0.40%)공업은 부진했던 이익률이 대폭 개선됐다. 매출은 6316억원에서 6460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억원에서 198억원으로 급증했다.



강남제비스코 (25,800원 ▼850 -3.19%)는 지난해 삼화페인트를 넘어 매출 3위로 올라섰을 뿐 아니라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2021년 매출 5909억원에서 지난해 6731억원으로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127억원 적자에서 44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2021년 87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조광페인트 (6,000원 ▼30 -0.50%)도 지난해 적자액을 4억원으로 줄였다. 매출은 2385억원에서 2595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지난해 페인트업계 실적개선은 코로나19(COVID-19) 영향으로 침체됐던 건축, 자동차, 선박, 전자제품, 제조 등 내수 중심의 전방산업이 살아난 후광효과를 누렸다. 페인트업종은 화학 관련한 전후방 산업의 연관효과가 매우 큰 분야로 각 산업의 중간재와 마감재로 사용된다. 물류비용이 크고 화재 위험이 높아 수출 대신 내수 위주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

가격인상과 국제유가 하락도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KCC 6~19%, 노루페인트 16~25% 등 일제히 페인트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하반기부터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원가부담이 낮아져 수익성 개선 효과가 두드려졌다.


(포항=뉴스1) 최창호 기자 = 5일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근로자들이 외벽 도색 작업을 하고 있다. 2022.4.5/뉴스1  (포항=뉴스1) 최창호 기자 = 5일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근로자들이 외벽 도색 작업을 하고 있다. 2022.4.5/뉴스1
올해 전망은 불투명하다. 대부분 페인트업체들의 주력 분야인 건축 도료 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아서다. 건축용의 경우 신축과 재도장(다시 페인트를 칠하는 작업) 시장으로 나뉘는데 신축 시장은 건설경기 악화 영향을 지난해 말부터 받고 있다. 도장이 건설 공정의 막바지에 이뤄지는 까닭이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회복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또다른 한 축인 산업용 도료가 방어한다 해도 건축용 도료의 업황 공백이 크다는 평가다.

최근 3년간 10% 이상의 성장을 지속한 재도장 시장의 전망도 밝지않다. 고금리 영향 등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영향이다. 재도장 시장은 부동산경기가 침체할수록 수요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 시점에서 아파트 가치를 높일 필요가 없다는 심리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올해 주택가격의 추가 하락을 전망하는 등 부동산 가격 하락 기대심리가 커지면서 가격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분위기는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통계청은 국내 페인트 시장을 2019년 4조3707억원에서 연평균 4.86% 감소해 2024년에는 3조4064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페인트업계 관계자는 "원료는 유가와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고, 매출은 전후방산업의 경기와 맞물려있어 예측이 쉽지 않다"면서도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 뿐 아니라 사업다각화를 통해 꾸준한 수요를 찾아나서야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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