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아이들, 아빠는 창문 깨려 했지만…'나이지리아 4남매' 비극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2023.03.29 16:28
글자크기

안산 빌라 화재… 부모, 충격에 빈소 못가

지난 28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군자장례식장에 안산 선부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나이지리아 국적 4남매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뉴스1지난 28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군자장례식장에 안산 선부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나이지리아 국적 4남매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뉴스1


경기 안산의 한 빌라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나이지리아 4남매의 아버지가 "창문을 깨고 아이들을 탈출시키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진술했다.

29일 뉴스1에 따르면 숨진 4남매의 부친 A씨(50대)는 전날 경찰과의 대면조사에서 "잠결에 보니 현관문 근처에 있던 멀티탭에서 스파크가 나면서 불이 붙었다"며 "집안에 연기가 가득 찬 상태에서 안방에 자고 있던 아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문을 두드렸다. 먼저 탈출한 뒤에 아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창문을 깨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바깥에서) 창문을 깨려고 시도했지만, 이웃 주민들이 위험하다며 만류해 결국 구조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A씨는 먼저 탈출한 뒤, 약 1m 높이 빌라 담벼락에 올라 창문을 깨기 위한 시도를 했고 실제로 일부 깨뜨린 흔적도 현장에서 발견됐다.

화재 당시 A씨는 거실에서 잠을 잤고 아내 B씨(40)와 아이들 5명은 안방에서 취침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가장 어린 막내딸(2세)만 데리고 가까스로 대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B씨의 추후 진술을 확보할 예정인데 현재 심적 고통이 심해 아직 조사가 안 됐다"고 말했다. 이들 부모는 현재 고대 안산병원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는 전날 오후 군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나 아직 A씨와 B씨가 치료 중인데다 심적 고통으로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발인 일정도 미뤄진 상태다.

앞서 지난 27일 오전 3시28분쯤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소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해 나이지리아 국적의 4남매가 숨졌다. 4남매는 11살 여아, 7세·6세 남아, 4세 여아다. 이들의 사인은 부검 결과 구두 소견에 따라 '질식사'인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이들 가족은 안산시 원곡동에 살았으나 2년 전 화재 피해를 입은 뒤 선부동으로 이사한 걸로 파악됐다. 2021년 1월 8일 원곡동 집에서 불이 나 둘째 자녀가 3도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다. 이 둘째 아이는 이번 화재때 사망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