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로 美 혁신신약 뚫기 힘들다" 신약개발재단 냉정한 분석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3.03.2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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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로 美 혁신신약 뚫기 힘들다" 신약개발재단 냉정한 분석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 미국에서 가장 많이 허가되는 신약은 항암제다. 하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항암신약 개발에 주력해 미국 시장을 뚫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개발이 어려운 항암제 특성상 미국에서 '혁신 신약'으로 인정받기 어려워 최종적으로 현지 허가당국의 승인을 받기도 힘들다는 것. 상대적으로 혁신 신약으로 인정받기 쉬운 희귀질환 신약을 통한 도전이 현실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국가신약개발재단의 '신약개발 글로벌 트렌드 분석- 2022년 FDA 승인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허가된 신약 37개 가운데 항암제가 10건(27%)으로 가장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항암제 시장 규모가 큰 만큼 글로벌 제약·바이오사들의 신약 개발 도전도 많아서다. 2021년 전 세계 항암제 시장 규모는 1840억 달러(약 240조원)인데 그 중 미국시장이 773억달러(약 95조2500억원)로 가장 비중이 크다. 성장 전망도 밝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전 세계 항암제 시장 규모는 2021년 대비 69% 성장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신약 개발도 항암제 위주로 설정돼 있다. 지난해 기준 업계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은 총 1900개인데 이 가운데 38.1%가 항암제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규모가 큰 만큼 항암제는 신약 개발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항암제로 미국에서 혁신성을 인정받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낸 '혁신신약 개발 영향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항암제는 미국 FDA로부터 혁신신약으로 지정받는 비율은 다른 치료제에 비해 낮았다. 2010년부터 2021년까지 FDA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은 신약 482개를 분석한 결과, 항암제가 다른 의약품에 비해 혁신신약으로 지정될 확률은 40%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보고서는 항암제 영역에서 기존 치료제와 다른 기전을 통해 혁신성을 인정받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항암제 영역에서는 연구가 많이 진행돼 기술 혁신성이나 신규성이 낮은 경우가 많다는 것. 혁신신약으로 지정될 경우 FDA 허가를 받기도 상대적으로 쉽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에서 항암 신약을 안착시키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 있는 셈이다. 2021년 FDA가 허가한 신약 가운데 절반 이상인 54%가 혁신신약으로 지정된 의약품이었다.


보고서는 "항암제 개발은 글로벌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상업적인 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으나, 항암제를 개발할 때 약물의 혁신성에 있어서는 기존 시장에 출시된 제품이나 타사에서 개발 중인 약물과의 비교 우위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희귀의약품이 다른 의약품에 비해 혁신신약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3.59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개발이 어렵고 시장이 한정적이지만, 이미 나온 치료제가 많지 않은 만큼 혁신성을 인정받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셈이다. 항암제 대비로 희귀의약품 개발 비용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질환 특성상 대규모 임상 인원 모집이 필요치 않아서다. 항암제 보다 시장 규모 자체는 매우 작지만, 약가가 높아 개발에 성공할 경우 수익성도 높다.

이 때문에 국내 업계에서도 희귀의약품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제약사도 늘어난다. 한미약품 (342,000원 ▼3,000 -0.87%)이 대표적이다. 한미약품이 지금까지 미국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인정받은 신약후보물질 적응증은 9개다. 유럽에서도 8건을 희귀의약품으로 인정받았다. 이 가운데 단장증후군 치료제와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치료제,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는 이미 임상 2상 단계다. GC녹십자 (125,200원 ▼200 -0.16%)도 올해 희귀의약품 전문 바이오벤처 노벨파마와 공동개발 중인 산필리포증후군 A형 치료제를 FDA로부터 희귀소아질환의약품으로 인정받았다.

보고서는 "미국 혁신신약 지정에서 희귀의약품의 유무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라며 "국내 희귀의약품 개발 기업들의 글로벌 임상이나 기술수출 등을 지원하는 정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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