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차주영,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최혜정(차주영)이 박연진(임지연)에게 이 말을 뱉던 순간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은 시청자는 없을 것이다. 다소 신이난 뉘앙스로 친구이자 '더 글로리' 최고 빌런의 뒤통수를 짜릿하게 쳤던 명장면. 혜정은 확실히 악의 편에 가깝지만 무리 중에서도 약자 위치에 놓여있던 그의 쓰임새는 이상하게 애정을 품게 했다.
굵은 펌을 넣은 화려한 단발 스타일에 눈가는 꺼멓고 입술은 붉은 짙은 화장, 몸매라인을 강조한 가슴골이 드러나는 야한 옷차림새. 언행은 가볍고, 성미는 더러우며,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하다. 부자 친구들에겐 한없이 꼬리를 내리지만, 스튜어디스 후배처럼 약자 앞에선 다리 꼬고 앉아 살쾡이의 얼굴을 하고 있는 여자. 부자를 꾀어 신분상승까지 노리고, 동은(송혜교)의 덫에 걸려 무릎을 꿇던 순간은 한없이 비굴하다. 그에 대한 설명을 줄줄이 읊자면 나쁜 말밖에 나오지 않지만, 캐릭터 이름만으로 "스튜어디스 혜정아"라는 '더 글로리' 유행어의 한몫을 차지한 인상적인 캐릭터다.
'더 글로리' 차주영, 사진제공=넷플릭스
"동정심을 유발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잡고 있었다"고 밝힐 정도로 자신을 위한 좋은 이미지를 배제했고, 주변 사람들을 귀찮게 할 정도로 인물을 탐구하고 공부했다. 분주한 연구 속에 찾은 그의 해답은 "단순함"이었고, 이는 정답이었다. 모든 걸 내려놓고 철저하게 망가졌고, 이는 캐릭터에 완전함을 불어넣으며 차주영이 아니라면 상상할 수 없는 '스튜어디스 혜정이'를 완성했다. '남의 불행에 크게 웃던 입' 때문에 목소리를 잃던 순간에도 굴욕적으로 망가진 목소리를 내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미국 명문대 경영학과를 나오고 취미가 현대무용인 그의 '본캐'를 알게 되면 혜정으로서의 모습에 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차주영은 '더 글로리' 그리고 혜정이를 통해 자신을 내던지고 내려놓음으로써 배우 인생의 영광스러운 순간을 맞이했다. 망가짐의 미학을 근사하게 증명하며 '스튜어디스 혜정이'에서 '배우 차주영'으로의 미래를 창창하게 밝혔다. 혜정이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 KBS2 '진짜가 나타났다'의 장세진으로 새롭게 다음 스텝을 밟은 차주영의 분주한 열심은 더 큰 응원을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