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의 설렘에 추리의 재미까지 다 담긴 ‘꽃선비 열애사’

머니투데이 조이음(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3.03.2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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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남선녀 배우들의 매력이 가득한 청춘사극

사진제공=SBS사진제공=SBS


3월, 살랑이는 봄바람에 향긋한 꽃내음이 실려 온다. 마스크 해제 선언으로 몇 년 만에 제대로 꽃놀이를 즐길 수 있다는 설렘은 꽃과 함께 피어난다. 때를 만난 듯, 마치 때를 노린 듯 제목부터 향긋하고 싱그러움까지 머금은 청춘 사극 한 편이 봄바람과 함께 피었다. SBS 월화드라마 ‘꽃선비 열애사’(극본 권음미 김자현, 연출 김정민)다.

조선 시대, 양반가의 금지옥엽 막내딸로 태어났건만 아버지의 죽음을 기점으로 가세가 기울자 윤단오(신예은)는 양반 아씨로의 체면을 내려놓는다. 달걀 배달, 주막 일손 돕기는 물론 늦은 시간 순라군들의 눈을 피해 은밀한 심부름을 하는 등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에게 어려운 일은 없다. 윤단오가 체면과 맞바꿔 지키려는 소중한 것은 유일하게 남은 재산인 객주 이화원과 제게 남은 가족. 외로워도 슬퍼도 울기는커녕 더욱 씩씩하고 밝게 힘을 내는 윤단오의 강인한 생활력은 과거 시험을 앞두고 한양에 머물게 된 강산(려운), 김시열(강훈), 정유하(정건주)를 이화원으로 불러들인다.



역모를 일으켜 임금이 된 이창(현우)은 역모의 날 이후로 자취를 감춘 세손 이설을 경계하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를 보는 선비들 틈에 섞여 이설이 한양에 들어왔다는 첩보에 이창은 그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다. 이창과 그의 사람들이 이설을 찾기 위해 당도한 곳은 당연하게도 이화원. 그 즈음 이화원의 주인 윤단오는 아버지가 남긴, 마련할 수 없을 규모의 커다란 빚의 존재를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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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시대적 배경은 조선이지만, 이를 제외하면 모든 설정이 익숙하다. 배경만 현대로 옮겨와 생각해보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지만 어린 나이에 세상에 홀로 남겨진(정확히는 유모와 함께 남겨진) 주인공에겐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게스트하우스만이 남았고, 이 곳에 취업준비생(혹은 공시생) 3인방이 머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담긴 셈이다.

이처럼 역사적 사실(조선시대 하숙촌)을 바탕으로 시청자에겐 친근한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상상력을 더한 ‘꽃선비 열애사’는 모든 고정관념을 타파한 하숙집 객주 이화원의 주인 윤단오와 비밀을 품은 하숙생 꽃선비 3인방이 만들어내는 상큼 발칙한 미스터리 로맨스물이다. 평점 9.9점으로 연재를 마친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신선한 퓨전 사극을 예고한다. 드라마는 원작의 큰 틀은 그대로 가져오되, 디테일을 바꾼 것으로 알려진다. 원작 팬과 원작을 접하지 못한 채 드라마를 마주할 시청자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한 노림수다.

4회까지 방송된 가운데 드라마는 로맨스와 미스터리,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노력 중이다. 시작부터 총천연색 매력으로 눈길을 끈 윤단오는 물론이거니와 그런 윤단오와 시청자까지 사로잡기 위한 꽃선비 삼인방의 매력 발산이 내내 펼쳐진다. 첫 만남부터 윤단오를 오해하고 한껏 구긴 얼굴로 불쾌한 듯 대꾸하기를 일삼던 강산은 티격태격하며 서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매사에 불친절하지만, 제 도움이 필요한 순간엔 언제나 나타나 윤단오를 구해주는 탓에 윤단오보다 시청자가 먼저 스며들 듯하다. 위기에 처한 윤단오를 구하며 인연의 첫발을 뗀 김시열은 웃는 얼굴로 가벼운 말투로 윤단오에게 미소를 보이고, 때때로 윤단오에게 시선이 머물러 있어 눈길을 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윤단오를 향한 지고지순한 마음을 드러낸 정유하는 다정다감한 오빠의 모습으로 듬직함을 뽐낸다. 이들이 써 내려갈 풋풋한 사각 로맨스는 벌써부터 핑크빛 설렘을 선사하기 충분하다.


사진제공=SBS사진제공=SBS
여기에 더해질 미스터리는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는 큰 줄기. 왕을 비롯한 유력자가 힘을 합쳐 쫓는 이설이건만 도무지 찾을 수 없고, 윤단오는 이화원의 소유권이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갈 상황에 처하자 빚을 탕감받는 조건으로 이설 찾기에 협조할 것을 약조한다. 꽃선비 삼인방은 위험에 처할 윤단오가 걱정돼 이를 말리지만, 결국엔 손을 보태기로 한다. 과연 원작의 설정과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달라질는지, 폐세손 이설과 그를 지키는 파수꾼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나타난 가운데 뒷이야기에 관심이 쏠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에서 소름 돋는 악인 연기로 주목받은 신예은은 고데기를 들고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던 모습을 지우고, 씩씩하고 사랑스러운 미소로 시청자를 맞이한다. 양반 신분이었지만 현재는 생계유지를 위해 이화원을 운영하는 윤단오로 분해 긍정의 힘을 발산한다. ‘18 어게인’의 려운은 까칠한 모습 속 은근한 다정함을 숨긴 무과 준비생 강산 역을,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얼굴을 알린 강훈은 놀기 좋아하는 전형적인 한량 스타일의 문과 준비생 김시열 역을,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정건주는 타인의 기분을 잘 살피는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 정유하 역을 맡아 각각의 색으로 여심을 저격한다.

원작의 제목을 고스란히 가져왔음에도 봄바람에 날려온 듯 3월에 첫 방송된 건, 꽃놀이 때에 맞춰 꽃선비를 볼 수 있다는 건 어쩌면 운명일지 모른다. 그래서 바라본다. 퓨전 사극, 청춘 사극이란 장르가 시청자에 사랑받았던 것처럼 청춘 로맨스와 미스터리가 더해진 ‘꽃선비 열애사’가 마지막까지 시청자의 선택을 받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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