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SBS
조선 시대, 양반가의 금지옥엽 막내딸로 태어났건만 아버지의 죽음을 기점으로 가세가 기울자 윤단오(신예은)는 양반 아씨로의 체면을 내려놓는다. 달걀 배달, 주막 일손 돕기는 물론 늦은 시간 순라군들의 눈을 피해 은밀한 심부름을 하는 등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에게 어려운 일은 없다. 윤단오가 체면과 맞바꿔 지키려는 소중한 것은 유일하게 남은 재산인 객주 이화원과 제게 남은 가족. 외로워도 슬퍼도 울기는커녕 더욱 씩씩하고 밝게 힘을 내는 윤단오의 강인한 생활력은 과거 시험을 앞두고 한양에 머물게 된 강산(려운), 김시열(강훈), 정유하(정건주)를 이화원으로 불러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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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역사적 사실(조선시대 하숙촌)을 바탕으로 시청자에겐 친근한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상상력을 더한 ‘꽃선비 열애사’는 모든 고정관념을 타파한 하숙집 객주 이화원의 주인 윤단오와 비밀을 품은 하숙생 꽃선비 3인방이 만들어내는 상큼 발칙한 미스터리 로맨스물이다. 평점 9.9점으로 연재를 마친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신선한 퓨전 사극을 예고한다. 드라마는 원작의 큰 틀은 그대로 가져오되, 디테일을 바꾼 것으로 알려진다. 원작 팬과 원작을 접하지 못한 채 드라마를 마주할 시청자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한 노림수다.
4회까지 방송된 가운데 드라마는 로맨스와 미스터리,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노력 중이다. 시작부터 총천연색 매력으로 눈길을 끈 윤단오는 물론이거니와 그런 윤단오와 시청자까지 사로잡기 위한 꽃선비 삼인방의 매력 발산이 내내 펼쳐진다. 첫 만남부터 윤단오를 오해하고 한껏 구긴 얼굴로 불쾌한 듯 대꾸하기를 일삼던 강산은 티격태격하며 서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매사에 불친절하지만, 제 도움이 필요한 순간엔 언제나 나타나 윤단오를 구해주는 탓에 윤단오보다 시청자가 먼저 스며들 듯하다. 위기에 처한 윤단오를 구하며 인연의 첫발을 뗀 김시열은 웃는 얼굴로 가벼운 말투로 윤단오에게 미소를 보이고, 때때로 윤단오에게 시선이 머물러 있어 눈길을 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윤단오를 향한 지고지순한 마음을 드러낸 정유하는 다정다감한 오빠의 모습으로 듬직함을 뽐낸다. 이들이 써 내려갈 풋풋한 사각 로맨스는 벌써부터 핑크빛 설렘을 선사하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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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에서 소름 돋는 악인 연기로 주목받은 신예은은 고데기를 들고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던 모습을 지우고, 씩씩하고 사랑스러운 미소로 시청자를 맞이한다. 양반 신분이었지만 현재는 생계유지를 위해 이화원을 운영하는 윤단오로 분해 긍정의 힘을 발산한다. ‘18 어게인’의 려운은 까칠한 모습 속 은근한 다정함을 숨긴 무과 준비생 강산 역을,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얼굴을 알린 강훈은 놀기 좋아하는 전형적인 한량 스타일의 문과 준비생 김시열 역을,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정건주는 타인의 기분을 잘 살피는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 정유하 역을 맡아 각각의 색으로 여심을 저격한다.
원작의 제목을 고스란히 가져왔음에도 봄바람에 날려온 듯 3월에 첫 방송된 건, 꽃놀이 때에 맞춰 꽃선비를 볼 수 있다는 건 어쩌면 운명일지 모른다. 그래서 바라본다. 퓨전 사극, 청춘 사극이란 장르가 시청자에 사랑받았던 것처럼 청춘 로맨스와 미스터리가 더해진 ‘꽃선비 열애사’가 마지막까지 시청자의 선택을 받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