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근속연수 20년, 연봉 1억…식품 업계 숨겨진 '꿀직장'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3.04.0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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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식품 업계 최고 수준 대우로 장기근속자 많아... 캡슐커피 시장 눈독

서울 마포구 동서식품 본사 전경. /사진제공=동서식품서울 마포구 동서식품 본사 전경. /사진제공=동서식품


국내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 90%가 넘은 독보적 1위 업체인 동서식품은 식품 업계에서 숨겨진 '꿀직장'으로 꼽힌다.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20년이 넘고 평균 연봉도 1억원에 육박한다. 국내 어떤 식품 대기업과 견줘도 밀리지 않는다.

이직률 낮아 경력직 거의 없어...알고보니 꿀직장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동서식품 직원의 평균 근속 연수는 20.1년(2021년 기준)으로 KT&G(17.5년) 하이트진로(16년) 등 업력이 100년에 가까운 장수 기업보다 길다. 국내 식품 대기업 직원의 평균 근속 연수가 10~12년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거의 2배 수준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종업원 총급여는 1190억원이다. 회사 전체 직원이 약 1200명인 점을 고려하면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한다. 비상장사로 평균 급여를 공개하지 않지만 하이트진로(1억900만원)에 이어 업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KT&G(9000만원) 오리온(8000만원) CJ제일제당(7600만원) 등 식품 업계에서 연봉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대기업들도 동서식품에 미치지 못한다.

장기 근속자가 많다 보니 고액 연봉자가 많기 때문이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입사 후 이직률이 낮고, 외부 인재 영입도 거의 하지 않아 다른 회사와 비교해 경력직 비중이 매우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동서식품은 국내 커피믹스 시장의 절대 강자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동서식품의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이 89.2%로 남양유업(6.8%) 네슬레(2.6%) 등 경쟁사보다 높다. 카누 브랜드를 앞세워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 점유율도 87.3%를 차지했다.

서울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커피믹스가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뉴스1서울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커피믹스가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뉴스1
글로벌 업체 네슬레가 유독 한국 커피믹스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지 못하는 이유도 동서식품의 탄탄한 수요층 덕분이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너무 달지 않고 한국인 입맛에 맞춰 품질을 지속해서 개량한 점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연 매출 약 1조5000억원 가운데 약 6000억~7000억원이 맥심 모카골드를 비롯한 커피믹스 제품군에서 비롯된다. 이어 인스턴트 원두커피인 카누가 약 3000억원대 매출고를 올리고 있으며 포스트, 오레오 등 식품 사업 매출도 3000억원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커피 제조 품질을 인정받아 더블샷, 프라푸치노 등 스타벅스가 편의점에 출고하는 제품을 위탁 생산한다.

수출보다 내수에 주력...네슬레 1위 캡슐커피 시장 도전장
동서식품은 앞으로도 내수 시장에 주력할 계획이다. 새 먹거리로 네슬레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국내 캡슐커피 시장 공략에 나섰다. 50년 커피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아메리카노 맛'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동서식품이 출시한 '카누 바리스타' 커피머신과 캡슐커피는 추출 전 원두가 일정한 밀도로 자리 잡도록 특허받은 트라이앵글 탬핑(Triangle Tamping)' 기술을 적용했다. 아울러 '골드 에센스'라고 불리는 18~22% 황금 수율로 커피를 추출해 가장 이상적인 맛을 구현했다. 시중 제품보다 약 1.7배 많은 9.5g의 원두를 담아 캡슐 하나로 풍부한 양의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캡슐커피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반영한 맞춤형 전략이다.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 /사진 제공=동서식품김석수 동서식품 회장 /사진 제공=동서식품
동서식품은 신사업 강화를 위해 경영진 쇄신에 나섰다. 지난 17일 동서그룹 창업자 김재명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이 5년 만에 등기이사로 복귀했다. 동시에 2013년부터 10년간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이광복 사장이 교체됐다. 후임 대표이사는 그동안 회사 마케팅을 총괄한 김광수 사장이 맡았다.

오너 2세의 경영 복귀와 대표이사 교체로 10년간 '매출 1조50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대' 벽을 넘지 못하고 성장이 정체된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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