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정권 임명 국토부 산하기관장 잇따라 물러나…정치적 압박 vs 조직 책임론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23.03.2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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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도로공사·허그·코레일 이어 인천공항공사 기관장도 사의 표명…5곳 기관장 잔여 임기 '14.8개월'

前정권 임명 국토부 산하기관장 잇따라 물러나…정치적 압박 vs 조직 책임론


국토교통부 산하 주택·교통 부문 주요 기관장들이 임기를 못 채우고 줄줄이 물러나고 있다. 이달 초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 해임된 데 이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까지 사의를 표명했다. 현재까지 자리에서 내려온 기관장은 모두 다섯 명이다. 이들의 잔여 임기는 평균 14.8개월이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남은 기관장들도 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COVID-19) 등 그동안 인천공항이 가지고 있던 현안이 대부분 해결돼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기에 이제는 자리를 내려놓을 때가 됐다"며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 임기는 10개월여 남겨뒀다.

그는 이달 23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개별 면담을 갖고 현안 정리 후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달, 다음날 4월28일부로 사임하겠다는 사직서를 국토부에 전달했다. 최근 여객기와 공항터미널 내 실탄이 발견되는 등 보안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기관장 책임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여기에 김 사장이 결심을 굳힌 데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감사원 감사와 최근 업무 배제 요청 등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김 사장은 최근 여객기와 공항터미널 내 실탄이 발견되는 등 보안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 "실탄 사고에 대해 기관장으로 어느 정도 책임이 있지만, 퇴진 여부를 물을 수준의 사안은 아니었다고 본다"며 "다만 이후 두 차례에 걸쳐 (국토부의) 업무배제를 요구받으면서 사임을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달 12일에는 인천공항 보안상황 점검, 15일에는 인도네시아 출장을 위해 인천공항을 찾았다. 업무보고와 의전은 인천공항공사 부사장이 수행했다. 앞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초까지는 이례적으로 길게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
前정권 임명 국토부 산하기관장 잇따라 물러나…정치적 압박 vs 조직 책임론
국토부 산하기관 감사와 기관장 업무 배제 요청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도로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코레일 기관장도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이달 초 나희승 전 코레일 사장은 철도사고와 기관 운영 및 관리 부실 등을 이유로 해임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기관장이 해임된 첫 사례다. 나 전 사장도 해임 전까지 여러 차례 업무보고·의전 배제를 요구받았다.

지난해 10월께 기관장이 자진 사임했던 LH, 도로공사, HUG 3곳도 상황이 비슷했다. 권형택 전 HUG 사장과 김진숙 전 도로공사 사장은 각각 임기 1년6개, 6개월을 남겨 두고 국토부와 마찰을 빚으면서 물러났다. 당시 원 장관은 두 기관에 대해 강도높은 조사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이보다 며칠 앞서 김현준 전 LH 사장도 언론을 통해 직원 비위 정황이 보도되자 임기를 1년8개월 남기고 옷을 벗었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다른 기관장들도 차례대로 옷을 벗는 게 아니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 전 정권에서 임명돼 1년 이상 임기가 남아있는 기관장은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 김정렬 한국국토정보공사(LX) 사장, 강병재 새만금개발공사 사장 등이다.


다만 해당 기관장들의 조기 퇴진이 정치적 압박으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조직관리 전반에 문제가 컸기 때문에 기관장들이 책임을 질 수밖에 없었단 지적이다. 앞서 인천공항은 실탄 발견, 보안검색 허점 등 보안 관련 사고가 연달아 발생했고, 코레일은 고속열차 탈선과 인명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도로공사는 지나치게 비싼 휴게소 음식값이, LH와 HUG는 임직원 도덕적 해이 등이 문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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