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디스플레이 자존심' JOLED, 파산보호 신청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3.03.28 16:33
글자크기
사진=JOLED 웹사이트사진=JOLED 웹사이트


한때 '일본 디스플레이의 자존심'으로 통하던 JOLED가 27일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고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JOLED는 27일 도쿄지방법원에 민사재생 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법정관리와 비슷한 절차로 사실상 파산 조치다. 이번 결정에 따라 JOLED는 패널 생산과 판매에서 모두 철수한다. 일본 내 OLED 패널 공장 두 곳 이 문을 닫고 약 280명이 해고될 예정이다.



보유 기술은 일본의 애플 납품업체인 재팬디스플레이에 이전하기로 했다. 직원 380명 가운데 연구 인력 약 100명도 재팬디스플레이로 자리를 옮긴다. 재팬디스플레이는 27일 성명을 통해 JOLED의 지식재산권과 노하우를 확보하기로 했다면서 이를 통해 성장 전략을 확대하고 가속하겠다고 밝혔다.

JOLED는 OLED(유기 발광 다이오드) 패널 시장을 선점한 한국 기업을 추격하기 위해 2015년 소니와 파나소닉의 디스플레이 사업부를 통합해 민관 투자로 만든 회사다. 저비용 제조 방식으로 제품을 양산해 한국에 반격을 가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수익화에 이르지 못한 채 337억엔(약 3342억원)의 부채를 떠안고 파산에 이르게 됐다.



JOLED의 몰락은 일본 디스플레이 산업의 쇠락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1990년대만 해도 패널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었지만 기술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채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같은 한국 기업들에 밀려나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재팬디스플레이 역시 8분기 연속 적자를 내는 등 경영난을 겪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JOLED의 파산 배경을 분석하면서 독자적인 기술을 확립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JOLED는 OLED 패널의 높은 생산원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기업의 '증착' 방식과 다른 '인쇄' 방식의 기술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양산 계획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차질을 빚은 데다, 뒤늦게 양산을 시작했지만 기술 완성도에 의문이 제기되고 낮은 수율로 생산도 안정화되지 못하면서 손실이 쌓여갔다.

시장 타깃도 잘못 잡았다고 니혼게이자이는 꼬집었다. JOLED는 대형 패널 시장에서 한국에 밀려 차량용, 게임 모니터용 패널 등 작은 시장 개척에 힘썼지만 시장 크기가 한정적이라 성장도 한정적이었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대형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고 독자 기술 개발과 원가 절감이라는 목표도 완성하지 못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디스플레이 산업이 한국에 역전당하며 경쟁력을 잃은 게 반도체 산업의 궤적과도 닮았다고 지적했다. 일본 반도체 산업 역시 과거 세계 시장을 호령했으나 한국과 대만 등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10% 수준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시장과 기술 동향을 관찰하고 개발과 제조에 막대한 투자를 감수할 수 있는 경영력과 재무력이 받쳐주지 않은 탓이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 28일 기자회견에서 JOLED의 파산 신청에 대해 "이런 결과가 나와 매우 유감이다"라며 "JOLED의 지적 재산 및 인재 활용을 포함해 사업 재생을 향한 검토가 진행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