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품 생산 과정에서 얼마만큼의 탄소가 발생했는지가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면서 RE100 선언을 준비하는 기업도 증가한다. 태양광·풍력 등만으로 전력 100% 조달하기가 버겁다고 판단한 기업은 또 다른 무탄소 에너지원인 원전을 포함한 CF100 가입을 추진한다. 국내 태양광 설치 용량도 가파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국내 태양광 시장이 커지지만, 국내 태양광 기업의 수혜는 미미하다. 중국 태양광 기업의 가격·물량 공세 때문이다. 국내 태양광 업계는 한때 세계 1위였으나, 저렴한 석탄화력발전 단가를 통해 값싼 제품을 무더기로 공급한 중국에 잠식당했다.

국내 태양광 업계는 외국계 펀드의 기업 인수와 중국산 자재 사용 등 지금의 기조가 유지되면서 중국의 시장 잠식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 때문에 미국의 인플레이션 방지법(IRA), 유럽의 탄소국경제도(CBAM)와 같이 산업 생태계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단 입장이다.
한 태양광업체 관계자는 "국내 기업조차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강제 노동, 높은 탄소 배출량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제재받는 중국산 태양광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며 " ESG 경영과 RE100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정부도 국내 제조 경쟁력을 보존하고 강화할 수 있는 제도를 고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태양광 밸류체인 기업들에 대한 보호나 지원이 없다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상당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화력 연료로 인해 촉발된 세계적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면서 세계 태양광 시장을 한국이 공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