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2040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처음 언급된 비욘드 조닝은 당시 생소한 용어였지만 1년 만에 필요성과 개념이 자리를 잡았다. 올해 초 '2040 서울도시계획'을 확정하면서 비욘드 조닝을 적용한 미래 서울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비욘드 조닝이 적용될 대표적인 지역이 용산국제업무지구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일자리·주거·여가·문화 '직주혼합'을 구현하는 초대형 복합개발 사업이다. 부지면적은 약 50만㎡로 여의도공원 2배에 달한다. 금싸라기 땅이지만 2013년 개발사업이 멈춘 후 10년째 방치돼 있다.
시는 뉴욕 맨해튼의 허드슨야드처럼 타워형 건물에 초고가 주택과 사무실, 호텔, 명품 쇼핑몰 등을 갖춘 복합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허드슨야드는 대규모 철도 차랑기지였지만 대규모 개발을 통해 뉴욕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주목 받고 있다. 허드슨야드의 최대 용적률은 3300%, 평균 용적률은 1800% 이상이다.
지난해 서울시가 발표한 개발 구상안에 따르면 용산국제업무지구도 법적 상한 용적률 1500%가 넘는 초고층 건물이 들어선다. 전체 부지의 70%이상을 업무·상업 등 비주거 용도로 채워진다.
시는 사업주체인 코레일(지분70%)·SH공사(지분30%)와 함께 세부적인 개발계획안을 논의 중에 있다. 상반기까지 내부적으로 개발계획안을 확정하고 내년 중으로 도시개발구역 지정과 개발계획 고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2025년 상반기 실시계획인가 이후 하반기 기반시설 착공을 목표로 한다.
세운지구 용적률 높이고 녹지 확보…빌딩숲·나무숲의 공존 세운재정비촉진지구도 상업·업무·주거·문화 시설 등이 한곳에 어우러진 창의적인 초고밀 복합개발 단지로 바뀐다. 올해 관련 정비계획안을 변경 확정하고 늦어도 2024년 초에는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세운지구 개발은 프랑스 파리의 '리브고슈' 지역을 모티브로 했다. 이 지역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공장과 곡물 창고가 즐비한 낙후한 지역이었다. 파리시는 1991년부터 이곳을 주택과 녹지로 덮는 재개발을 시행 중이다. 파리는 경관을 위해 고도 제한을 엄격하게 했지만 리브고슈는 고도 제한을 37m에서 137m로 대폭 완화해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서울시는 현재 90m이하로 제한된 세운상가 일대 건물 높이를 160m, 층수는 40층 안팎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고도제한 완화로 여유가 생긴 주변 땅은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개방형 녹지로 만든다. 고층 빌딩숲과 나무숲이 공존하는 '녹지생태도심'으로 변화한다.
비욘드 조닝의 현실화를 위한 법적인 절차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앙 정부인 국토교통부는 도시 재개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이 일환으로 '공간혁신구역'을 도입해 유연한 도시계획으로 융복합 도시공간을 조성한다는 '도시계획 혁신방안'을 지난 1월 발표했다. 현재 국회에 관련 내용의 '국토계획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 중으로 연내 법 개정 완료가 목표다.
시는 이와 별도로 비욘드 조닝 용역에 착수했다. 세부적인 지침과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역 결과에는 구역을 선정하는 기준과 개발계획의 방향, 공공기여 방식, 디자인적인 요소 등 공통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사업별로 세부 계획이 수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욘드 조닝을 통해 토지 이용 유형, 용도, 밀도, 건축물 형태 등이 다채롭게 조합되는 미래도시로 바꾸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