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맞았다…EU '전기차 2035'가 실패한 이유

머니투데이 뉴욕=박준식 특파원 2023.03.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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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뉴스1) 구윤성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2일 전북 완주군 수소특화 국가산업단지 내 수소연료 충전소를 찾아 수소연료충전 시연을 보고 있다. 2021.12.22/뉴스1  (완주=뉴스1) 구윤성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2일 전북 완주군 수소특화 국가산업단지 내 수소연료 충전소를 찾아 수소연료충전 시연을 보고 있다. 2021.12.22/뉴스1


무분별한 환경론자들 주장에 이끌려 2035년까지 전기차 세상을 만들고 기름 먹는 화석연료차를 없애겠다던 유럽연합(EU)이 스스로 자신들의 오판을 인정했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 기존 내연기관차 레거시를 가진 종주국들이 합리적인 이유로 조목조목 반대하자 못내 '조건부 허용'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계획을 철회한 것이다.

사실 EU가 세웠던 전기차 2035 계획은 허무한 이념론에 그친 것이었다. 전세계 완성차 생산대수는 약 1억대 수준인데 전기차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연간 200만대 안팎에 머물고 있다.



테슬라 모터스가 최근 선보인 잠재력과 주가등락 덕분에 전기차 시장이 비대해진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까지 만들어져서 등록된 전기차는 1000만대에 불과하다. 테슬라의 연간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130만여대 수준이고 나머지 전기차 생산량은 중국산이 지배하고 있어 자국 내 소비용으로만 유효하다는 지적이다. 테슬라 역시 최근 자율주행 결함은 물론 마감 품질에 치명적인 문제를 간간이 노출하고 있어 최근과 같은 성장 속도를 뒷받침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EU가 12년 내에 내연기관차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세운 계획은 현재 2% 수준인 전기차의 전세계 생산능력(capacity)을 과대평가하고, 기존 완성차 기업들의 변환속도를 아예 무시한 허무맹랑한 수준의 선전에 불과했다는 비판이다.



특히 인류가 전기차를 사용하면 환경에 무해하고 석유 등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것은 구석기 발상이라는 논리도 비약에 가까웠다. 현재 전기차 변환에 필요한 리튬 등 배터리 필수 소재가 나머지 98% 생산량에 충분치 않을 뿐더러 리튬과 코발트 등 핵심 희토류 채굴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이 기존 체제보다 더 유해한 측면이 있어서다.

토요타코리아가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식물관PH에서 하이브리드 미니밴 '뉴 시에나 하이브리드'를 선보이고 있다. 4세대 완전 변경 모델 '뉴 시에나 하이브리드'는 2.5리터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조합된 하이브리드 동력 시스템 미니밴으로 가격은 AWD 모델 6200만원, 2WD 모델 6400만원(부가세 포함, 개별소비세 3.5% 기준)이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토요타코리아가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식물관PH에서 하이브리드 미니밴 '뉴 시에나 하이브리드'를 선보이고 있다. 4세대 완전 변경 모델 '뉴 시에나 하이브리드'는 2.5리터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조합된 하이브리드 동력 시스템 미니밴으로 가격은 AWD 모델 6200만원, 2WD 모델 6400만원(부가세 포함, 개별소비세 3.5% 기준)이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한 해 1000만대 이상의 완성차를 생산하는 토요타는 전기차 체제로의 변환을 최대한 늦추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미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특허의 과반을 가진 토요타이지만 이러한 체제변환 과정의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전기차'를 표방하면서도 그 중간단계인 하이브리드 기술에 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간 700만대 생산케파를 갖춰 세계 3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기아차그룹 역시 전기차 플랫폼 실용화와 완성도에 집중하면서도 하이브리드 기술과 전기구동차의 최종 종착지로 여겨지는 수소차 기술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리튬 배터리 등의 기술로는 생산량 경쟁 낙오나 사회적 부작용 등의 시행착오를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EU 내에서는 최대 자동차 생산국인 독일의 반발이 거세다. 독일은 생산량 기준 세계 2위인 폭스바겐그룹은 물론 프리미엄 메이커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등을 보유하고 있다. 독일은 사실상 화석연료이지만 약간의 기술을 첨가해 환경 부작용을 줄인 E연료를 사용하는 것은 전기차와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EU의 전기차 계획 철회에는 관련 마일스톤을 따르겠다고 벼르던 볼보와 포드 등이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 흡수돼 한해 60여만대 생산에 불과한 볼보나 미국 내 안방호랑이에 불과한 포드가 세계 자동차 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은 수위권 업체들에 비해 크지 않다. 결국 현대차나 토요타처럼 실현성 있는 차세대 기술을 준비하고 있는 톱티어들의 인내심이 성공한 것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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