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 모터스가 최근 선보인 잠재력과 주가등락 덕분에 전기차 시장이 비대해진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까지 만들어져서 등록된 전기차는 1000만대에 불과하다. 테슬라의 연간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130만여대 수준이고 나머지 전기차 생산량은 중국산이 지배하고 있어 자국 내 소비용으로만 유효하다는 지적이다. 테슬라 역시 최근 자율주행 결함은 물론 마감 품질에 치명적인 문제를 간간이 노출하고 있어 최근과 같은 성장 속도를 뒷받침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특히 인류가 전기차를 사용하면 환경에 무해하고 석유 등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것은 구석기 발상이라는 논리도 비약에 가까웠다. 현재 전기차 변환에 필요한 리튬 등 배터리 필수 소재가 나머지 98% 생산량에 충분치 않을 뿐더러 리튬과 코발트 등 핵심 희토류 채굴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이 기존 체제보다 더 유해한 측면이 있어서다.

연간 700만대 생산케파를 갖춰 세계 3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기아차그룹 역시 전기차 플랫폼 실용화와 완성도에 집중하면서도 하이브리드 기술과 전기구동차의 최종 종착지로 여겨지는 수소차 기술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리튬 배터리 등의 기술로는 생산량 경쟁 낙오나 사회적 부작용 등의 시행착오를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EU 내에서는 최대 자동차 생산국인 독일의 반발이 거세다. 독일은 생산량 기준 세계 2위인 폭스바겐그룹은 물론 프리미엄 메이커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등을 보유하고 있다. 독일은 사실상 화석연료이지만 약간의 기술을 첨가해 환경 부작용을 줄인 E연료를 사용하는 것은 전기차와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EU의 전기차 계획 철회에는 관련 마일스톤을 따르겠다고 벼르던 볼보와 포드 등이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 흡수돼 한해 60여만대 생산에 불과한 볼보나 미국 내 안방호랑이에 불과한 포드가 세계 자동차 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은 수위권 업체들에 비해 크지 않다. 결국 현대차나 토요타처럼 실현성 있는 차세대 기술을 준비하고 있는 톱티어들의 인내심이 성공한 것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