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6년, 성과와 남은 과제[MT시평]

머니투데이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3.03.28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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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국금융연구원 이병윤 선임연구위원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뱅')은 지난 2017년에 처음 문을 열었다. 올해로 6년째다. 출범 첫 해 국내은행 대비 0.3%에 불과했던 인뱅의 자산은 2022년 3사분기 말에는 2.0%까지 높아지며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출범 당시 금융당국이 제시한 인뱅 설립의 주요 목적은 금융소비자들의 편의성 제고, 은행산업의 경쟁 촉진 그리고 미래 신성장동력의 창출이었다. 이러한 목적들이 지금 잘 달성되고 있을까?

인뱅의 모바일뱅킹 서비스는 기존 은행에 비해 편의성에서 앞선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이에 자극받아 기존 은행들도 모바일뱅킹 서비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자체 앱을 개선하며 디지털금융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또 인뱅은 시장에서 기존 은행들과 금리경쟁을 통해 예금과 대출을 확보하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애초에 목표한 금융소비자들의 편의성 제고와 경쟁 촉진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로 고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에 집중하다가 최근에야 중금리 대출을 늘려온 인뱅이 미래 신성장동력 창출에 기여하려면 좀 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과거에도 인뱅 설립 시도는 있었다. 지난 2001년에는 20여개 기업들이 공동 출자하여 가칭 브이뱅크(V-bank)라는 인뱅 설립을 추진하였다. 2008년에는 금융당국이 금융규제 개혁의 일환으로 인뱅 제도 도입을 추진하기도 하였다. 이들의 설립이 무산된 이유는 취약한 수익모델, 부실화 가능성 등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인뱅 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IT기술이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당시에는 스마트폰이 없어 지금처럼 편리한 모바일뱅킹을 구현하기 어려웠고, 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IT기술이 발전하지 않아 인뱅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부족했다.

최근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며 모바일뱅킹이 가능해지고, IT기술 발전으로 인뱅이 이를 활용하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서 인뱅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최근의 챗GPT와 같이 향후 디지털기술이 더욱 혁신적으로 발전하면 인뱅이 이를 활용하여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인뱅 발전을 위해서는 다음 사항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철저한 리스크관리다. 인뱅은 출범 이후 기존 은행들과 금리경쟁을 해왔기 때문에 리스크가 쌓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제시한 중금리대출 목표 달성을 위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크게 늘렸는데 시장상황이 좋지 않아 여기에서 부실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또 업무영역이 다양하지 않아 리스크분산이 어려운 점도 단점이다.

둘째, AI.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대안신용평가 능력을 강화하여 기존 은행이 서비스하기 어려운 중저신용자 등 니치마켓을 공략함으로써 수익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당초 인뱅의 설립 취지에도 맞고, 첨단 디지털기술에 익숙한 인뱅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셋째, 앞선 기술력과 국내 비즈니스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진출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휴대폰 보급률은 높으나 금융서비스가 뒤떨어지는 나라들의 경우 모바일뱅킹에 기반하는 인뱅에 대한 수요가 클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 인뱅들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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