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30일 오전 서울시내 주택 및 상가밀집 지역에 전기계량기가 설치되어 있다. 한국전력(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사들이는 전력도매가격(SMP·계통한계가격)에 상한을 두는 제도가 도입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에 따르면 산업부는 이날 '전력시장 긴급정산상한가격 제도'(SMP 상한제)에 대한 장관 승인을 받고 다음 달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2022.11.30.
3개월(12~2월)간 한전이 아낀 돈은 총 2조1000억원(예측)이다. 1~2월에 적자를 본 민간발전사가 더 많다는 뜻이다. 그렇게 석 달 간 적자를 전염시키며 한전이 얻은 실리는 뭘까. 최근 2년간 누적적자 38조4000억원의 18분의 1 정도를 메웠다.
천문학적인 한전 적자 해소를 위해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숟가락질 자체가 잘못됐다면? 그 때부터는 더이상 배가 고프고 부르고가 문제가 아니다.
발전사들의 운영이 곤란해지면 제일 먼저 어려워지는게 원료인 LNG(액화천연가스) 수급이다. 가뜩이나 품귀인데 빚에 허덕이며 수익구조가 나쁜 한국 발전사에게 먼저 줄 리 없다. 협상력이 떨어지면 값은 오르고, 기본 수요는 엄청나서 불균형이 커진다. 모자라면 공기업인 가스공사가 비싸게 사다가 국내시장에 풀어야 한다. 그게 공기업의 역할이다. 가스공사의 적자 격인 미수금은 작년에만 8조6000억원이었다. 한전 적자를 줄이자고 가스공사 적자를 키우는 상황이 될수도 있다.
업계가 뭣보다 우려하는 건 민간발전 밸류체인의 붕괴다. SMP 상한제 1차 시행 여파로 민간발전사들은 지금도 적자를 쌓아간다. 4월에 다시 시행한다면 잔혹사는 영세한 업체부터 시작이다. 대구 8000여가구(415MW)에 지역난방을 공급하는 대구그린파워는 이미 8월 연료비 지불이 어렵다고 선언했다. 양주·의정부·남양주 5만여세대에 지역난방을 공급하는 대륜발전도 대출상환에 빨간불이 켜졌다.
SMP 상한제는 백일하에 이뤄지는 정부의 직접 가격통제다. 어렵게 만들어놓은 전력 밸류체인을 지키는 차원에서라도 SMP 상한제를 포함한 전력가격 책정 시스템 개선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한전과 민간발전사가 '제로섬게임'을 하는 지금의 구조를 계속 둘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