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동제약은 기업분할 후 '신약'을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정하고 R&D 투자규모를 꾸준히 늘렸다. 2017년 400억원대 였던 투자는 이듬해 500억원대로 올랐고 2020년 700억원대로 뛰었다. 2021년 투자규모는 1082억원으로 1000억원을 넘겼고 지난해에는 재차 1200억원을 돌파했다. 이에 따라 매출 대비 R&D 투자비중도 비약적으로 올랐다. 2017년 10.5%였던 투자 비중은 2020년 14%로 뛰었고 2021년에는 19.3%로 급등했다.
임상 단계에 진입한 신약 후보물질 중에선 2형 당뇨병 치료신약 'IDG16177'의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2021년 독일에서 임상 1상을 승인받아 개발을 진행 중이다. 'IDG16177'는 췌장 베타세포의 GPR40(G단백질수용체40)을 활성화해 인슐린 분비를 유도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GPR40 Agonist(작용제)' 계열의 물질이다.
개발이 어려워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도 무릎을 꿇는 질환인 NASH 관련 신약 'ID119031166M'도 임상에 진입했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1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NASH는 음주와 상관없이 간에 중성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진단이 어렵다. 현재로선 생활 습관의 개선에 의한 체중 감소와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합병증의 치료가 NASH를 치료하기위한 사실상의 유일한 방법이다.
이처럼 제약사의 미래를 담보할 신약 개발은 순항중이지만, 동시에 이 때문에 실적에 경고등도 들어왔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735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다. 2년 연속 적자다. 2017년 연간 400억원대였던 R&D 투자가 2021~2022년 연평균 1167억원으로 급증하며 비용 부담이 커진 탓이다. 실적 돌파구가 필요하지만, 승인 단계인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가 코로나19 유행 둔화로 어느정도의 매출을 낼지 미지수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일정을 감안하면 조코바는 올해 하반기 출시될 가능성이 높아 올해 매출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와 업계에선 R&D 영역에서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는 일단 R&D 투자 고삐를 최대한 풀지 않는 가운데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이사는 최근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 없이는 미래를 보장하지 못하며 신약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지속과 함께 전사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면서도 "올해는 합리적인 자원 분배와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수익성 증대에도 역점을 둘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