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원장
'테크인텔리전스'(Tech Intelligence)란 기업이 내·외부 환경변화를 반영해 주목할 기술들을 도출하고 목적에 따라 선별·획득할 때 필요한 필수역량이다. '기술정보'가 국내외 기관들이 발표하는 기술 관련 팩트를 단순 수집한 것이라면 테크인텔리전스는 수집된 기술정보를 분석·평가해 활용도를 높이는 역량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LG 경영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기술정보량 증대, 기술발전 가속화, 기술의 융복합화 등에 따라 테크인텔리전스 역량이 점점 중요해진다. 이는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전략기술 확보경쟁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우리나라도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테크인텔리전스 역량강화에 사활을 걸 때다.
또한 전략기술과 관련된 우리의 기술주권 역량을 선제적으로 분석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외교, 안보 및 통상 이슈에 대응해야 한다. 기술주권 역량에는 산업공급망, 기술경쟁력, 전문인력 현황 및 확보계획 등이 포함된다. 2019년 일본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 사용되는 3대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규제를 발표했고 이에 코스닥지수가 6% 이상 급락하는 등 산업계에 큰 혼란이 일었다. 정부가 다각도로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했으나 이를 계기로 소재·부품·장비 핵심기술 자립역량의 중요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혼란스러운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 기술주권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국 중심의 기술보호주의와 기술주권 확보라는 새로운 흐름 속에 글로벌 경쟁국의 전략기술을 분석하고 활용하는 테크인텔리전스 역량은 더욱 중요해졌다. 우리의 강점과 상대의 약점을 면밀히 알아야 치열한 기술확보 경쟁에서 우위에 서고 외교·통상에서도 유리한 무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갖추는 테크인텔리전스 역량강화는 국가전략기술 육성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