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잔디밭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모두 모아둔 것. 이 쓰레기들은 트럭에 실려 난지 적환장으로 이동한다. /사진=김지은 기자
27일 오전 8시30분쯤. 소운섭 서울한강공원 사업본부 여의도지구 청소반장은 집게로 쓰레기를 줍느라 허리를 펴지도 않은 채 이같이 말했다. 잔디밭에는 콜라가 가득 담긴 페트병, 빈 소주병, 빨간 라이터, 핫팩 봉지, 돗자리, 반으로 쪼개진 나무젓가락이 나뒹굴고 있었다. 전날 밤늦게까지 취식을 한 시민들이 버리고 간 것들이다.
최근 날씨가 풀리며 한강 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쓰레기 역시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한강공원 내 쓰레기는 관리자들이 24시간 내내 상시 감독하기 어려워 시민들의 자발적인 분리배출이 중요한 상황이다.
27일 오전 8시30분쯤 청소 작업자가 잔디밭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집게로 줍고 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소씨는 "어제도 밤 11시까지 야간 근무를 했는데, 그래도 쓰레기가 너무 많아서 오늘 아침엔 5시에 출근했다"며 "지금 있는 인력으론 너무 부족해서 당장 이번 주말에는 외부 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27일 오전 9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 공원에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들./ 사진=김지은 기자
떡볶이 포장 용기를 아예 뒤집어서 잔디밭 위에 음식물을 버리고 간 경우도 있었다. 작업자는 잔디밭에 묻은 떡볶이 국물을 집게로 한참 긁어댔지만 이미 말라 버린 상태였다. 비둘기들은 그 옆에서 5~6마리씩 떼로 모여 바닥에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들을 주워 먹었다.
청소 작업자 김모씨는 "바로 옆에 대형 쓰레기통이 있는데 왜 여기에 버리고 가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실제로 잔디밭 바로 옆에는 일반쓰레기와 재활용품,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 배출할 수 있는 대형 쓰레기통이 있었지만 시민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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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9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내 음식물 쓰레기 통에 포장용기들이 가득 담겨져 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1시간이 지난 오전 9시30분쯤, 10명이 각각 모은 100리터 들이 종량제 봉투를 모아보니 쓰레기 수거함 하나가 꽉 찼다. 역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지만 작업자들은 "노상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모인 쓰레기들은 트럭에 옮겨서 난지 적환장으로 간다. 적환장은 매립장에 가기 전에 쓰레기를 임시로 모아 두는 곳으로, 이곳 직원들이 쓰레기를 하나하나 손으로 분리배출 하게 된다.
27일 오전 9시30분쯤 청소 작업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내에서 1시간 동안 주운 쓰레기들. 수거함에 가득 찰 정도로 양이 많다. /사진=김지은 기자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봄 맞이 행사가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 소 반장은 "지금 이 정도는 그래도 약과"라며 "당장 다음주부터 벚꽃 축제가 시작되면 쓰레기를 갈고리로 긁어모아야 할지도 모른다. 한창 사람이 많을 때는 선풍기 바람으로 쓰레기를 한 번에 모아서 작업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