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ABL바이오 대표 "추가 기술이전, 글로벌 탑티어만 본다"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2023.03.28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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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항체 면역항암제 ABL503·111 기대
사노피 등 기술이전…현금 1500억원 확보
국내서 기술이전 선순환 흑자 선구자 꿈꿔

에이비엘바이오는 설립한 지 6년 만인 지난해 사상 첫 '영업흑자'를 냈다. 제품 판매 없이 기술이전 계약으로 거둔 성과다. 이러한 흑자 구조는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 유례없는 일이다. 작년 1월 사노피와 체결한 퇴행성 뇌질환 신약 후보물질 ABL301 기술이전 계약 영향이 컸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당시 해당 계약으로 계약금 7500만달러(약 910억원)를 받았다. 이후엔 비임상 독성실험 완료(작년), 임상 1상 첫 투여(올해) 등 단기 마일스톤(기술료)으로 약 600억원을 수령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사진제공=에이비엘바이오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사진제공=에이비엘바이오


"올해 면역항암제 기술이전 추진"
지난해 영업흑자를 낸 에이비엘바이오 (22,450원 ▼250 -1.10%)의 이상훈 대표는 27일 판교 본사에서 진행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올해 경영 전략에 대해 밝혔다. 이 대표는 "올해도 영업흑자를 자신한다"며 "지금 에이비엘바이오는 올해가 아닌 내년 흑자 달성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올해 흑자는 과거 사노피, 시스톤, 유한양행 등과 체결한 기술이전에서 나올 추가 마일스톤, 신규 기술이전 계약으로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올해 기술이전 계약 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또 잘 될 것 같다"며 "계약 상대방은 탑티어 회사로만 한정해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대표가 올해 유력 기술이전 후보로 꼽은 신약 후보물질은 나스닥 상장사 아이맵과 공동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ABL503'과 'ABL111'이다. T세포를 활성화하는 4-1BB를 표적으로 해 T세포의 항암면역 반응을 촉진하는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T'를 활용한 파이프라인이다. ABL503은 PD-L1 및 4-1BB 항체를, ABL111은 클라우딘18.2 및 4-1BB 항체를 겨냥하는 이중항체(두 개의 각각 다른 항체들의 항원을 단백질 형태로 결합시킨 항체) 면역항암제다.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 중이다.

이 대표는 "올해 ABL503·111 임상 데이터가 괜찮다. ABL503의 경우 현재까지 데이터를 보면 경쟁사 젠맵보다 독성, 효능이 좋은 것으로 나온다"며 "항암에서도 에이비엘바이오가 글로벌 성과를 낼 수 있는 2023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자신감은 이 대표가 그랩바디T 글로벌 경쟁력을 그만큼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랩바디T는 기존 이중항체 형태와 달리 4-1BB가 CRD4에 결합한다. 이 대표는 "CRD1~4 중 CRD4가 동물실험 임상에서 독성, 효능이 가장 좋다"며 "특히 그랩바디T는 암세포에만 바인딩해서 활성화되는 4-1BB"라고 설명했다. 이에 ABL503·111은 효능을 높이기 위해 용량도 충분히 늘릴 수 있단 설명이다. 즉 효능, 독성을 다 잡았다. 현재 데이터상으로는 젠맵보다도 더 많은 용량을 구현(100ml 초과)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임상 결과는 올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ABL111 임상 중간결과는 올해 가을 유럽종양학회(ESCO)에서 아이맵을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ABL503 중간결과는 내년께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에이비엘2.0' 시대 열었다
사업모델을 고도화하는 노력도 이어간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올해 'ABL2.0' 챕터를 열었다. 이 대표는 "미국 리제네론 역사를 보면 탄탄한 기술을 기반으로 연구개발을 하다가 기술이전에 성공했고, 사노피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어 리제네론이 개발하면 사노피가 상용화했다"며 "이후엔 사노피와 공동개발을 통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사노피와 결별한 다음 독자적으로 움직였다"고 전했다. 이어 "대한민국 바이오가 갈 수 있는 길이라고 본다"며 "당장 인력, 자본 역량으로 임상 3상을 끌고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 해당 모델의 선구자가 되겠다는 포부다. 그는 "향후 2년간 지속적으로 빅파마에 기술이전을 추진해 현금 유동성을 갖추고, 이를 기반으로 임상 2상 몇개는 직접 진행해 크게 기술이전을 하려고 한다"며 "7년 정도 지나 'ABL3.0' 챕터가 열리면 빅파마와 공동개발에도 나설 것"이라고 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미 기술이전 성과로 1500억원의 현금도 확보했다. 최근 자금난에 시달려 본업에 어려움을 겪는 다수 바이오사들과 다르다. 상장 후 투자나 대출을 받지도 않아 갚아야할 돈도 없다.

다만 이러한 사업모델이 성공하려면 보유 파이프라인의 기술력, 시장성 등을 글로벌에서 인정받는게 중요하다. 이 대표는 "업프론트, 마일스톤을 잘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한 기술이전 후보물질이 도중에 죽어서도 안 된다. 임상이 잘 되면 로열티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선 '될 놈을 잘 선별해서 찾아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전언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매분기 30여명의 연구원들이 조사해온 타깃들을 기반으로 후보군을 만든 다음 한 자리에 모여 1차, 2차, 3차에 걸친 리뷰 절차를 진행한다. 약 한 달간 진행되는 작업이다. 이 대표는 "타깃을 놓고 우리는 경쟁사 대비 어떤 부분에서 차별성이 있을지, 그 이유가 정확한 타당성이 있는지 철저히 고민한다"며 "또한 생각보다 효능, 독성이 안좋다 하면 냉정하게 프로젝트를 버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내 것이 좋다고 하는 것보단 남이 너 것이 좋다고 하는 게 정답 아니겠느냐"며 "기업은 스스로에 냉정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어 "내 것이 좋다고 검증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빅파마에 기술을 이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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