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역차별 입법에 멍드는 K콘텐츠

머니투데이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2023.03.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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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우리나라의 대외 무역의존도는 70%에 육박하고 수출품목집중도는 877.3p(포인트)로 일본(785.6p), 독일(536.8p) 등 모든 G7 국가보다 높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 비중이 매우 높아 해당 산업에서 충격이 발생할 경우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 우리 경제의 체력을 강화하기 위해 수출 품목 다변화가 중요한데, 한류 열풍으로 시작된 K-콘텐츠는 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발표한 'K콘텐츠 수출의 경제효과' 보고서에 의하면 K-콘텐츠 수출액이 1억 달러 증가할 때 관련 소비재 수출액은 1.8억 달러 증가를 견인한다. 생산유발효과 5.1억 달러(약 6000억원), 취업유발인원 2982명 등 K-콘텐츠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커지고 있다. K-콘텐츠 수출이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혁신적 아이디어가 창출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혁신의 바탕은 자율의 존중이다. 즉 강력한 정부 규제를 통해서는 창의적 사고가 서비스로 발현되기 어렵다. 특히 K-콘텐츠는 디지털 배급, 즉 인터넷망을 통해 서비스되므로 국경이라는 장벽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국내 사업자와 국외 사업자간 형평성 등의 문제를 반드시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법안이 최근 국회에서 입법을 앞두고 있다. 지난 2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안'이다. 동 법안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 규정과의 중복규제 문제가 지적되고 있으며,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전기통신사업법과의 중복규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또 수범자의 범위가 '문화산업사업자'로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우월적 지위 인정 요건' 등 세부적 판단기준도 없어 과잉 규제 우려가 제기된다. 더불어 법안에 대한 충분한 심사가 진행되지 않은 채,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졸속으로 법안소위를 통과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법 집행에 있어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실제 넷플릭스, 디즈니, 유튜브 등 글로벌 문화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 사업자에게 이러한 규제를 실질적으로 집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규제의 족쇄는 이들과 경쟁하는 국내 사업자 몫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K콘텐츠 수출전략'을 발표하는 등 K-콘텐츠를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으로 추진하겠다는 현 정부의 정책에도 맞지 않는다. K-콘텐츠는 이제 막 전 세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수많은 K-드라마가 글로벌 OTT에서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하고, 한국이 종주국인 웹툰은 플랫폼을 중심으로 전체 산업이 해외로 동반 진출하고 있다. 충분한 숙고 없는 졸속 입법은 K-콘텐츠의 글로벌 성장에 치명적 장애 요소로 작용하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다. 국회는 과거 유튜브의 국내 동영상 시장 안착을 도왔던 '인터넷실명제'와 같은 역차별 규제를 또다시 졸속 입법하는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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