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 참가한 美 시골 음악축제...전세계 스타트업 몰리는 이유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2023.03.2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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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에스파(Aespa)' /사진=어메이즈VRSM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에스파(Aespa)' /사진=어메이즈VR


SM엔터테인먼트가 에스파(Aespa)의 가상현실(VR) 콘서트를 선보인 곳.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양자컴퓨팅, 생명공학, 무선통신 분야 인재들을 대상으로 '스파이 슈퍼차지드(Spies Supercharged)' 공개 모집을 진행한 곳.



현대자동차가 유엔개발계획(UNDP)과 풀뿌리 이노베이션 어워즈를 진행하고, 국내외 기업들이 최신 기술력을 뽐낸 곳. 지난 10~19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의 이야기다.

SXSW는 1987년 텍사스주 작은 시골 마을인 오스틴의 지역 음악 축제로 시작했다. 한국으로 치면 '인천 펜타포트 음악축제'나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과 같은 취지의 음악 축제였다.



30여년이 지난 지금은 음악, 영화, 게임 등 문화 콘텐츠부터 첨단기술까지 전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북미 최대의 크리에이티브 융합 산업 전시·박람회 행사로 거듭났다. SXSW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연간 3억6000만달러(약 4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보다 많은 참관객 유입
1987년 SXSW 첫 개막 당시의 홍보물 1987년 SXSW 첫 개막 당시의 홍보물
SXSW가 열린 첫해의 참가자 수는 700여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27만9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원이 참가했다. 올해는 아직 집계가 나오지 않았으나 지난해를 웃도는 인원이 참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월 개최된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3'의 참가자가 11만5000명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SXSW는 CES의 2배가 훌쩍 넘는 인원을 끌어모으고 있다.


기업들이 SXSW에 주목한 건 1995년 기술과 트렌드를 소개하는 '인터랙티브' 섹션이 도입되면서부터다. 이를 통해 성장한 스타트업들이 생겨났고, 2016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기술 부문 기조연설을 하면서 IT 행사로서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

SXSW는 업계 리더, 기술 혁신 기업, 대기업, 신규 스타트업, 유명한 작가 등 다양한 업계의 탑 혁신가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로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다양한 시각을 배울 수 있다.

오스틴이 갖는 지역적 이점도 있다. 텍사스주는 뉴욕이나 실리콘밸리에 비해 창업에 소요되는 비용이 적고, 많은 IT 기업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으며 명문대인 UT(University of Texas) 오스틴 등 다양한 인재 육성 창구가 있어 '실리콘 힐즈(Silicon Hills)'로 불린다.

스타트업들의 등용문…'시리'도 여기서 데뷔해 애플에 인수
'에스파' 참가한  美 시골 음악축제...전세계 스타트업 몰리는 이유
SXSW 인터랙티브 세션은 스타트업들의 등용문으로 통한다. 트위터는 작은 IT 회사였지만 2007년 인터랙티브에 소개된 후 사업이 본격 탄력을 받았다. 포스퀘어와 핀터레스트도 SXSW인터랙티브에서 주목받은 후 글로벌 스타트업으로 발돋움했다.

애플의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 '시리(Siri)'도 이곳을 통해 빛을 봤다. 스탠포드연구소 벤처그룹 산하 스타트업 Siri Inc가 개발한 시리는 2010년 SXSW 액셀러레이터(현 SXSW Pitch) 이노베이션 웹 부문에서 우승한 뒤 같은 해 애플에 인수됐다.

올해 SXSW에서도 △인공지능(AI) △음성·로보틱스 △엔터프라이즈·스마트데이터 △엔터테인먼트 △미디어·콘텐츠 △음식·영양·헬스 △미래 업무 △혁신 세계 기술 △메타버스와 웹3.0 △스마트시티 등 8개 부문에서 40여개 인터랙티브 기술 기업이 참가했다.

전 세계의 투자자들이 미래의 투자를 위해 매년 SXSW로 몰려들면서 SXSW는 미국을 넘어 세계 시장을 노리는 국내외 기업들이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이에 국내 스타트업들의 눈길도 텍사스 오스틴을 향하기 시작했다.

K-스타트업들도 관심…매년 참가 규모↑

SXSW에 참여한 클라썸의 최유진 대표(오른쪽 2번째)가 한 참석자에게 자사의 플랫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클라썸 제공 SXSW에 참여한 클라썸의 최유진 대표(오른쪽 2번째)가 한 참석자에게 자사의 플랫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클라썸 제공
국내 스타트업 중에서는 2016년 '시어스랩(Seerslab)'과 '아카(AKA)'가 SXSW에서 주목받았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개최 직전 행사가 취소됐으나 참가 명단에 오른 '룩시드 랩스(Looxid Labs)'가 이목을 끌었다.

올해는 △교육·소통 플랫폼 '클라썸(CLASSUM)' △K-팝 음반·영상 앨범 키트 제작 '뮤즈라이브(Muzlive)' △이머시브(몰입형) 콘텐츠 제작 '기어이(GiiOii)' △K-팝 보컬·댄스 트레이닝 '카운터컬쳐컴퍼니(Counterculture Company)' 등이 데뷔했다.

특히 이 중에서도 K-콘텐츠가 아닌 B2B 분야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 클라썸이 행사에 참여하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018년 설립된 클라썸은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B2B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영상강의 △공지 △설문 △일대일 피드백 △자동 출석체크 △강의 종료 후에도 기록으로 남는 대화기록 등 소통의 전 과정을 지원해 성장을 돕는다.

최근에는 챗GPT(ChatGPT)의 언어 모델을 결합한 'AI 도트 2.0'도 출시했다. 사내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질문에 대한 답변까지 지원해 임직원 교육과 고객 문의 대응, 노하우 전수 등 사내 구성원들 간 더욱 원활한 소통과 협업이 이뤄지도록 한다.

최유진 클라썸 대표는 "더 많은 글로벌 기업들에게 소통을 기반으로 지식과 노하우 공유까지 가능한 클라썸의 특장점을 알리기 위해 SXSW를 찾았다"며 "SXSW를 통해 다양한 네트워크 구축과 인사이트 공유가 두루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사 기간 북미와 유럽 관계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글로벌 사업 확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SXSW에서 만난 글로벌 관계자들과 행사 종료 후에도 사업 미팅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스파' 참가한  美 시골 음악축제...전세계 스타트업 몰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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