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2021년 2년 동안 시세조종, 미공개정보이용, 사기적 부정거래 등 3대 불공정거래 사건으로 국내에서 발생한 부당이익 추정액이 1조120억원에 달한다. 여기엔 테라·루나 사태로 위법혐의를 받는 이들이 챙긴 돈은 포함되지 않았다. 가상화폐가 자본시장법상 아직 금융투자상품으로 분류되지 않아 집계에서 빠진 탓이다.
불공정거래 행위는 국내 현행법에서 형사처벌 대상이다. 처벌 대상이 되는 투자금액의 하한선도 없어 투자액수와 관계없이 처벌을 받는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런 처벌 규정에도 불공정거래가 사라지기는커녕 가상자산시장 등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하는 배경으로 우선 규정에 비해 실제 처벌이 약하다는 점을 꼽는다.
더 큰 문제는 사건별로 많게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이 제대로 환수되지 않고 범죄 피의자들 수중에 고스란히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을 지낸 김영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뺏겨봐야 일부에 그치고 실형을 살더라도 1~3년 수준이라는 점이 불공정거래범죄를 키운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감옥 가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새로운 수법을 동원한 제2, 제3의 범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2021년 적발한 불공정거래사범 99명 가운데 21명(21.2%)이 과거에 이미 한 번 이상 적발된 적이 있는 전력자라는 집계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게 볼 수 없다.
부당이익이 제대로 환수·추징되지 않는 것은 현행 자본시장법에서 주식 시세조종 등 불공정행위로 취득한 재산을 몰수한다고 규정하면서도 정작 부당이익을 어떻게 산정할지 기준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법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6월 부당이득의 산정기준을 법제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3년 가까이 지난 최근에야 겨우 국회 소관상임위원회의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가상자산시장을 악용해 늘어나는 신종 불공정거래 범죄의 경우 가상자산 자체가 금융투자상품에 해당되는지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해 관리·감독이나 부당이익 추적·환수가 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영기 변호사는 "주식시장에서 불공정거래가 있으면 현금화된 돈이 계좌에 있어 몰수하기 쉽지만 디지털지갑에 들어간 가상자산은 서버가 해외에 있을 경우 등에 따라 추적·환수가 어렵다"며 "환수가 어렵더라도 일단 근거는 있어야 하는데 가상자산의 증권·상품 해당 여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