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금융업권 연체율 일제히 '오름세' 전환...부실 우려 커진다

머니투데이 이용안 기자 2023.03.2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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全금융업권 연체율 일제히 '오름세' 전환...부실 우려 커진다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후 줄곧 하락했던 금융회사 연체율이 지난해 일제히 오름세로 전환했다. 고금리 기조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어서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부실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경기 침체로 2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79개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3.40%로 전년보다 0.90%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카드사의 연체율은 0.11%p 오른 1.2%로, 신협·농협·수협 등 상호금융은 0.35%p 높아진 1.52%로 조사됐다. 은행 연체율 역시 0.04%p 상승한 0.25%로 집계됐다. 은행의 경우 올 1월 연체율이 0.31%로 20개월만에 0.3%를 넘어섰다.



금융권에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저금리와 소상공인 금융 지원에 가려졌던 부실 위험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2020년 이후 줄곧 감소해왔던 금융사 연체율은 지난해부터 고금리 기조가 시작되자 상승세로 바뀌었다.

국내 은행의 개인사업자 연체율은 지난해 1월 0.17%까지 낮아졌다가 지난해 말 0.26%, 올 1월엔 0.33%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소상공인에 대한 만기연장, 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재연장된 가운데 개인사업자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신용이 우량했던 차주도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연체와 부실 우려는 2금융권을 중심으로 더욱 확대되고 있다. 2금융권 고객은 은행 고객보다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데, 소득 대비 갚아야 할 빚도 많아 상환 부담이 더 많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과 카드·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 대출 가운데 고위험가구 비중은 각각 26.6%, 16.6%로 은행(7.2%)보다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저축은행과 여전사의 고위험가구 대출 중 신용대출 비중도 각각 34.1%, 41.1%에 달해 대출 회수가 은행보다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고위험가구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자산대비부채비율(DTA) 100%를 모두 상회하는 가구다.

기업대출도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관련 PF 부실에 대한 우려가 크다.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사업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미분양 주택이 증가하면서 PF대출의 상환 리스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2금융권의 PF를 포함한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11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 수준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지난해 9월까지 각 업권별로 △여전사 4.33배 △저축은행 2.50배 △보험사 2.05배 가량 관련 익스포저가 커졌다.


문제는 금융사의 연체율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1년 반 사이 기준금리가 3.0%p 상승한 가운데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연내 금리 인하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연체율 상승세가 이어질수록 취약 차주, 업장을 중심으로 부실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최근 금융업권별로 감독·검사 방향을 설명하는 업무설명회를 열고 올해 중점 목표를 리스크 관리라고 밝혔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를 유도하는 등 금융사별 손실흡수능력을 최대한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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