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톈진에는 삼성전기 MLCC(적층세라믹캐피시터)·카메라모듈 생산 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MLCC는 이 회장이 시장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삼성의 미래 먹거리로 부품 간 전자파 간섭을 막아줘 스마트폰·차량용 등 대다수 전자제품에 핵심소재로 쓰인다. 이 외에 삼성디스플레이 스마트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모듈 생산 공장과, 삼성SDI 스마트 기기·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2차 전지 공장도 텐진에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은 소위 '샌드위치 신세'다. 미국은 칩스법 가드레일(안전장치)조항 세부 규정을 통해 중국 등에 10년간 생산 능력의 5%까지만 확대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반면 한원슈 중국 중앙재경위 부주임은 미국 규제를 겨냥해 지난 25일 "중국과 공급망을 단절하는 것은 전 세계를 적대하는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공장은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의 40%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핵심 시설이다. 삼성관계자는 "임직원 격려차원의 현지 방문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같은 날 이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소속 텐진지역 주재원과 중국 법인장들을 만나 해외 근무 애로사항을 듣고 공급망 차질에 대해 논의했다.
이 회장은 중국 현지에서 열린 국제행사에도 참석했지만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 회장은 지난 25일부터 3일간 베이징 댜오위타이(조어대) 국빈관에서 열리는 중국발전고위급포럼(이하 발전포럼)에 참석했다. 이 회장은 발전포럼 비공개 세션에 참석했으며, 현장에서 방문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북경(베이징) 날씨가 너무 좋죠"라며 답을 피했다.
발전포럼에는 이 회장 이외에도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와 알버트 불라 화이자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등 글로벌 기업 고위 인사 100여명과 중국 중앙부처 지도급 인사 등이 자리했다. 2000년 시작된 발전포럼은 중국 행정부인 국무원 발전연구센터가 주최하는 행사다. 참석자들은 리창 신임 중국 총리 등 시진핑 집권 3기를 이끌 중국 고위 인사들과 면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