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또 핵경고…"미국처럼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 배치"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3.03.2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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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TV 인터뷰 발언, 구체적인 배치 시기는 미 언급…
다만 벨라루스 핵무기 저장시설 건설 7월 완료 목표…
운반체계 이미 벨라루스에 보내, 관련 훈련도 내달 진행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화상으로 열린 국가 안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화상으로 열린 국가 안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동맹국인 벨라루스에 자국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겠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핵위협 우려를 높였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자국 국영TV 러시아24와 인터뷰에서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러시아 전술 핵무기 배치 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CNBC에 따르면 러시아가 자국 이외 다른 국가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특히 그간 러시아가 미국과 달리 자국 전술 핵무기를 국경 밖에 배치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만큼, 벨라루스와의 이번 합의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미국을 언급하며 이번 전술 핵무기 배치 합의가 특별한 사안이 아니고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별한 것이 없다. 미국은 수십년 동안 이것(전술 핵무기 배치)을 해왔다"며 미국이 자국 전술 핵무기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 6개국에 배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러시아·벨라루스)는 우리의 국제 비확산 의무를 위반하지 않고, 같은 일을 하기로 합의했다"며 무기 통제권은 러시아가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 배치 시기는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7월 1일 벨라루스에서 전술 핵무기 저장 시설 건설 작업이 완료될 것"이라며 핵무기 운반체계인 이스칸데르 미사일 여러 대와 전술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항공기 10대를 이미 벨라루스에 주둔시켰다고 했다. 이어 오는 4월 3일 이와 관련된 벨라루스군 훈련도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구글/사진=구글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외 나토 동맹국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 때문에 벨라루스 내 전술 핵무기 배치는 러시아가 나토 동맹국 등 서방 진영을 겨냥한 핵 위협 우려를 높인다. 또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에 밀리고 있는 만큼, 푸틴 대통령이 전쟁 승리를 위해 핵무기 사용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러시아는 1년 이상 지속된 우크라이나 침공이 점점 흔들리고, 미국과 나토의 비난이 거세지자 핵 무력 시위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푸틴 대통령의 전술 핵무기 배치 선언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지난 1년간 이번 합의에 대해 논의했다"며 "우리는 우리의 전략적 핵 태세를 조정할 어떤 이유도,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준비하고 있다는 어떤 징후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도 서면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준비 정황을 포착하지 못했다며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 배치) 발표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이 상황을 계속 주시할 것이고, 우리는 나토 동맹의 집단 방어에 전념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이를 두고 로이터는 "푸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러시아 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며 미국이 이를 의식해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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