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즈니 플러스 시리즈 '카지노'(극본 연출 감윤성)의 완결 이후 인터뷰에 나선 이동휘는 아쉬움을 이야기했다. 시청자가 납득하기 어려운 결말이라는 사실에 동의하면서도 연기를 통해 시청자를 설득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동휘는 차무식의 오른팔 양정팔 역을 맡았다. 사실 정팔은 곁에 가까이 두고 싶지 않을 인물이다. 자신이 해야 하는 일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서 항상 나은 대우를 원한다. 돈을 빌려 놓고 잠수를 타는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하는 차무식의 충고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또한 이동휘가 연기한 정팔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중심적' 인물이라는 점이다.

"저도 시청자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결말이라고 생각해요. 처음 대본은 15부까지 있었어요. 보통 드라마가 4부 대본이 나오고 촬영을 하는데 15부나 나온 건 좋은 컨디션이었죠. 결말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계속 이야기 했는데 선배님은 '차무식이 최측근에게 허망하게 최후를 맞이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럴 줄은 몰랐어요. 다만 그래서 현실적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 죽는 과정이 차무식의 선택으로 벌어졌다고 생각하거든요. 정팔이는 상구의 죽음을 보면서 자기도 죽을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생존을 위해 방아쇠를 당기는 그런 엔딩이 현실적이지 않나 싶어요."
그렇게 마무리되는 줄 알았던 정팔의 서사는 마지막에 다시 등장한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카지노를 운영한다는 설정으로 장준(이제훈)과 필리핀에서 만나는 것이다. 담배 연기를 입에 가득 물고 미소를 짓는 정팔의 모습은 '정팔 엔딩'이라고 불리며 호불호의 중심이 됐다.
"저는 그렇게 끝날 줄 알았는데 감독님이 추가 촬영을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설정을 듣고는 '정팔이는 그냥 사라지면 안 될까요?'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시즌3에 대한 이야기는 없지만 그래도 정팔이를 보내놔야 시즌3가 제작될 때 정팔이를 죽이든 살리든 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설득됐어요. 처음에는 완전히 피폐해진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도 고려했어요. 그러다 정팔이를 끈질긴 인물로 묘사하기로 했어요. 마지막 화 이후 돈을 가지고 다니엘이든 삼합회든 찾아가서 거짓말을 하고 세력에 붙어서 연명했다는 설정을 가져갔어요. 사실 저는 너무 재수 없어서 그 장면을 한 번 보고 안 보고 있어요.."

"대본상으로 명시되지 않고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뛰어넘는 부분들이 많잖아요. '정말 위험한 상황에서 한 번 구해드렸다' 뭐 이런 식으로 개연성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했는데 현실적인 분량 때문에 무산됐어요. 그래서 선배님과 '연기자로서 연기를 통해 표현을 해보자'고 결론을 내렸어요. 사실 선배님은 완벽하게 완수하셨는데 저는 부족한 것 같아요. 제 연기에 완성도가 있었다면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선배님을 보면 그럴 수 있겠다 싶은데 정팔이는 저조차도 공감이 안 되는 걸 보면 제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차무식을 보필하고 도움을 받아온 양정팔이 마지막에 배신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김소정이란 인물이다. 정팔은 소정에 대한 호감이 있었지만 소정은 필립과 함께 차무식의 돈을 들고 도망치다 결국 사망한다. 다만 이동휘는 소정을 향한 정팔의 감정이 사랑만 있던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처음에는 어떤 모습에 반하고 그런게 있었지만 꽃다발을 들고 갔다가 전화를 안 받는 모습을 보고 '그래 여기 있는 사람 다 똑같지' 이런 생각을 한 거죠. 이후 소정을 도와주는 것도 '마음이 돌아오지 않을까'라는 얄팍한 기대 정도지 사랑은 아니에요. 소정의 죽음에 대한 분노냐 돈에 대한 욕망이냐를 고민했는데 감독님과 대화 끝에 돈에 대한 욕망으로 가자고 했어요. 소정과 연관된 행동은 사랑보다는 양심의 가책, 일말의 책임감이에요. '내가 소개를 안 해 줬으면 어딘가에서 잘 살 고 있을텐데' 이런거죠. 소정의 묘지에서 보여주는 모습도 마찬가지에요. 정팔이가 거기서 자신의 암울한 미래를 봤다고 생각해요. 돈을 좇던 소정이 저렇게 된 것처럼 '저게 내 미랜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원래는 묘지 앞에서 엉엉 우는 것이었는데 설정이 바뀌면서 덜어냈어요."

다만 동룡이, 양정팔을 비롯해 '극한직업'의 영호, '타짜2'의 찰리까지 이동휘가 연기한 캐릭터는 모두 코믹한 이미지라는 공통점이 있다.이렇게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것이 걱정될 법도 하지만 이동휘는 믿음을 같고 있었다.
"(그런 연기를) 제가 선호하는 편이에요. 관객들이 웃는 모습을 보면 배우로서 희열을 느껴요. 고단한 삶에서 저의 재주로 잠시나마 그런 것을 잊는다는 게 뿌듯해요. 물론 배우로서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고도 생각해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힘들더라고요. 업계에 10년 정도 있었는데 여기는 골키퍼를 하던 사람에게 갑자기 공격수를 뛰라고 하는 업계가 아니더라고요. 그래도 간혹가다 그 배우의 고민을 이해하고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제가 중심을 잃지 않고 무던히 해낸다면 그런 기회가 올 거란 희망은 있어요. '카지노'를 거쳐 범죄도시4'까지 스펙트럼이 확장되는 것 같은데 차근차근 숙제를 해결해 나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