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 사정을 잘 아는 금융권 핵심 관계자는 "금융회사 차입금은 범현대가의 일원인 대주주 정씨가 보증을 서서 금융회사들이 믿고 빌려줬던 것"이라고 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건설 자재 등 하청업체의 상거래 채권과 우발 채무까지 포함하면 채무가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에이치엔아이엑스는 HD현대(옛 현대중공업그룹), HL(옛 한라그룹), KCC그룹 등 범현대가 관계사가 주 고객인 IT 서비스 전문기업이다. 올해 실적은 매출액 1000억원, 영업이익 56억원 규모로 사측은 추산했다. 회사 분할과 투자 유치는 건설업황 침체로 어려워진 그룹 자금 상황을 개선하고 건설·IT 부문의 전문경영 체질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지만 불과 석 달만인 지난 21일 에이치엔아이엔씨는 법정관리를 전격적으로 신청했다.

대주단 "채권자 동의없이 분할등기" 무효소송, 정대선 가압류 나설듯정씨는 법정관리 신청 직전 약 120억 규모의 사모사채 만기가 돌아오자 대주단 소속 일부 금융회사를 직접 찾아 가 채무를 상환하겠다며 대신 신규 대출 지원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씨가 만기 상환 대신 신규 대출을 요청했고 건설업 연착륙 지원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만기일까지 빚을 갚지 않았다"며 "이후 갑자기 법정관리를 신청해 매우 당혹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금융권에선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물적 분할과 신설 IT기업 지분 매각, 건설사 법정관리 신청 등 일련의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사모사채 대주단이 지난달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에이치엔아이엔씨와 에이치엔아이엑스를 상대로 분할 무효 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주단은 회사 분할과 지분 매각 과정에서 채권자보호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분할이 원천 무효라는 입장이다. 대주단 관계자는 "채권자 동의없이 임의대로 분할 등기를 했고 회사 자산인 지분을 팔았다"며 "법리적으로 승소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대주단은 에이치엔아이엔씨의 법정관리 신청과 별개로 연대보증인인 정씨의 개인 자산에 대해서도 가압류 등 보전 절차를 밟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씨는 법정관리 신청 당일 보유 중이던 현대비엔지스틸 주식 전량을 현금화(약 11억원)하기도 했다. 기업이 회생절차에 들어가거나 청산해 채권 일부를 변제할 경우 연대보증인은 개인 자산으로 남은 빚을 갚을 의무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대보증인이 보증채무로 갚아야 할 개인 자산을 미리 판 셈"이라고 했다.
에이치엔아이엔씨 측은 주식 매각 대금을 채무 상환에 사용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에이치엔아이엑스는 모회사(에이치엔아이엔씨)의 법정관리 신청과 관련해 홈페이지 공지문에서 "에이치엔아이엔씨의 법원회생절차 신청과 무관하게 에이치엔아이엑스는 정상 경영과 영업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