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탈바꿈 코웰패션…"해외진출로 퀀텀점프 한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3.03.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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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영국 캐주얼 브랜드 '슈퍼드라이' 아시아 판권 인수…중국 등 해외 시장 확대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이순섭 코웰패션 회장. /사진제공=코웰패션이순섭 코웰패션 회장. /사진제공=코웰패션


"지금 코웰패션은 글로벌 기업으로 바뀌는 과정에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실적이 매년 '퀀텀 점프' 할 겁니다."



이순섭 코웰패션 회장은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캐주얼 브랜드 '슈퍼드라이'를 인수한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내수 기업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해외 진출로 PVH그룹, G-쓰리 어패럴 같은 글로벌 패션 기업이 되겠다는 계획이다.

'슈퍼드라이' 5000만달러 인수…해외 진출 첫 단추
지난 22일 코웰패션 (3,195원 ▼25 -0.78%)은 영국 슈퍼드라이 PLC의 자회사 DKH 리테일 리미티드와 '슈퍼드라이'의 아시아 비즈니스 IP(지적재산권)를 5000만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는 향후 10년 간 코웰패션이 생산한 슈퍼드라이 상품을 영국 본사에 수출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총 공급규모는 5억달러(약 6500억원)다.



1985년 설립된 슈퍼드라이 PLC는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글로벌 기업이다. 브라질 축구선수 네이마르 주니어와 협업하고 있으며 다수의 해외 유명인들이 즐겨 입는 캐주얼 브랜드로 유명하다. 유럽, 북미, 호주 등 전세계에 720여개 매장을 갖고 있다.

코웰패션은 그동안 다져온 기획, 디자인, 생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슈퍼드라이를 국내 대형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국내와 해외 동시 출시를 목표로 한다. 현재 영국 슈퍼드라이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는 아시아 프랜차이즈와 라이센스 사업은 코웰패션이 이어받는다.

현재 슈퍼드라이는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에서 100억원의 수출 실적이 있다. 코웰패션의 자체 노하우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에서 3년 내 600억원까지 매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 10년 간 5억달러 수출계약까지 포함하면 매년 500억~1000억원 가량의 추가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코웰패션은 보고 있다.


글로벌 기업 탈바꿈 코웰패션…"해외진출로 퀀텀점프 한다"
코웰패션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슈퍼드라이 브랜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해외 바이어를 대상으로 슈퍼드라이 수주회를 열고 수주를 받아 내년부터 납품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슈퍼드라이를 인수한 이유에 대해 "글로벌 패션 기업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업계 특성상 국내 패션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어려움이 많다며 내수만으로는 외형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국내 패션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려면 원가 경쟁력과 대량생산 노하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기업들이 별로 없다"며 "그런 능력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라도 해외에 나가면 신생 브랜드 취급을 받기 때문에 자리잡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토로했다. 국내 패션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안하는 게 아니라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는 설명이다.

코웰패션 역시 브랜드 파워가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코웰패션은 아디다스, 푸마, 캘빈클라인, DKNY 등 유명한 글로벌 브랜드와 라이센스 계약을 통해 국내에서 해당 브랜드의 의류를 직접 생산·판매하고 있다. 제품 기획력이나 디자인, 품질 등에서는 이미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 받았지만 코웰패션만이 갖고 있는 브랜드 파워가 약하다보니 해외 진출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은 슈퍼드라이의 브랜드 인지도와 코웰패션의 생산성을 결합하면 해외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봤다. 이 회장은 "코웰패션의 강점은 스피드"라며 "회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모두 실무에 능하기 때문에 상품 기획단계부터 출시까지 모든 과정이 빠르게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행에 민감한 패션업계에서 스피드는 생명이다. 단순히 빠르기만 중요한 게 아니라 품질도 신경써야 한다. 대량생산 노하우가 풍부한 코웰패션은 제품 디자인, 원단 선별, 제품 생산 등 공정 전 과정에 직접 관여하기 때문에 품질에도 자신 있다고 이 회장은 설명했다.

생산한 제품은 홈쇼핑, 온라인 쇼핑몰, 오프라인 매장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판매된다. 제품 기획에서 판매까지 거의 모든 밸류체인(가치사슬)을 내재화하면서 원가 경쟁력과 품질 측면에서 강점을 갖는다. 코웰패션의 패션부문이 매년 10%대 중후반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수출 확대로 외형 성장 본격화
/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M&A(기업 인수합병)를 통한 외형 성장은 코웰패션의 주요 경영 전략 중 하나다. 2015년 필코전자와의 합병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코웰패션은 이후 △씨에프에이 △씨에프크리에이티브 △씨에프씨 △씨에프인터내셔날 △H&K △인픽 등 계열사들을 늘려가면서 매출을 키워왔다.

2021년에는 로젠택배 인수로 연결 매출이 더해지면서 지난해 총 매출액은 전년 대비 77% 증가한 1조1930억원을 기록했다. 패션 부문에서도 453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꾸준한 외형 성장에도 내수에만 치우쳐져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중 수출액은 198억원으로 전체의 2.3%뿐이다. 이마저도 전자사업부의 수출액이다. 주력 사업인 패션부문의 수출 실적은 전혀 없다.

코웰패션은 해외 진출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았다. 지난해 새로 라이센스 계약을 맺은 FIFA(피파)와 BBC Earth(비비씨 어스) 등은 해외 진출은 염두에 둔 브랜드다. 기존에 계약을 맺은 브랜드들은 국내 채널로 범위가 제한됐지만 FIFA 등은 아시아 판매를 계약 조건에 넣어 확장성이 더 넓다.

홈쇼핑과 온라인 중심이던 판매 채널을 최근 오프라인으로 확대한 것도 해외 진출을 위한 포석이다. FIFA 브랜드는 지난달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 데 이어 이달초에는 더현대서울에도 매장을 열었다. BBC Earth는 이달까지 10개 매장을 열 계획이다.

이 회장은 "패션 브랜드가 해외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한국의 오프라인 매장이 그 근거지가 돼야 한다"며 "K팝이나 K패션 등이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성공하면 해외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에 인수한 슈퍼드라이는 내년 7월부터 본격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는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시기다.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둔화와 신규투자 등 비용 증가로 올해 실적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만 고비를 잘 넘긴다면 내년부터는 고성장을 기대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슈퍼드라이 옷에 새겨진 일본어 디자인으로 인해 일본 브랜드 아니냐는 오해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슈퍼드라이 옷을 디자인하는 영국 본사 특유의 개성 중 하나로 실제론 일본과 무관하다.

코웰패션 관계자는 "영국 디자이너들이 일본 문화에 영감을 많이 받았지만 일본 브랜드는 아니다"라며 "아시아 판권 인수 이후 우리가 자체 제작할 때는 일본어 디자인을 빼고 현지에 맞는 디자인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사업 시너지+주주환원 확대…"저평가 탈출"
글로벌 기업 탈바꿈 코웰패션…"해외진출로 퀀텀점프 한다"
운송사업부(로젠택배)와의 시너지도 기대되는 부분 중 하나다. 코웰패션의 주요 판매 채널은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채널별 매출 비중은 △홈쇼핑 78% △인터넷 14% △기타 7%다. 시기마다 차이는 있지만 홈쇼핑과 온라인 매출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인터넷 판매의 경우 약 절반 정도가 오픈마켓이고 홈쇼핑 온라인몰이 약 30% 백화점 온라인몰은 약 10% 비중이다.

이커머스 산업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물류망을 직접 확보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 경쟁력 차이는 더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쿠팡으로 대표되는 풀필먼트업체들은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상품 재고와 유통을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로켓배송'과 같은 빠른 배송이 가능하다.

코웰패션이 인수한 로젠택배는 지난해 3분기말 기준 국내 시장 점유율 7.5%로 업계 4위 업체다. 국내 택배업계는 로젠 등 4개 업체의 점유율이 70% 이상을 차지하며 사실상 과점을 형성하고 있다. 초기 투자비용이 크고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코웰패션과 로젠택배의 시너지가 본격화한다면 패션과 물류의 융합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코웰패션의 온라인 경쟁력이 더 강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매년 지속적인 성장에도 주가는 저평가 상태다. 지난 24일 기준 코웰패션의 시가총액은 4066억원으로 지난해 영업이익(1034억원)의 4배, 당기순이익(674억원)의 6배에 불과하다. PBR(주가순자산비율)는 1배를 밑돈다.

내수에 한정된 사업구조가 만년 저평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슈퍼드라이 인수를 시작으로 해외 매출이 본격화하면 시장의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성장성이 있는 기업은 시장에서 더 높은 멀티플(주가 배수)를 받기 마련이다. 영업이익의 10배 가치만 인정받아도 시가총액은 지금보다 2.5배 더 높은 1조원까지 오를 수 있다.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주주환원에도 신경쓰고 있다. 코웰패션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1회에 걸쳐 956만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 중 약 절반에 달하는 456만주를 소각했다.

2017년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배당을 늘려왔다. 주당 배당금은 △2017년 30원(0.55%, 이하 배당수익률) △2018년 40원(0.84%) △2019년 100원(1.77%) △2020년 120원(2.11%) △2021년 130원(1.53%) △2022년 190원(3.94%)로 점차 증가했다.

"패션 브랜드 플랫폼 만들 것"

이 회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코웰패션을 '글로벌 패션 브랜드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이다. 슈퍼드라이를 시작으로 다른 유명 브랜드들을 인수해 외형을 확장하는 전략이다.

캘빈클라인, 타미힐피거, 워너스 등을 보유한 PVH그룹이나 DKNY 브랜드를 가진 G-쓰리 어패럴 같은 글로벌 패션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PVH그룹은 시가총액 47억5000만달러(6조원)에 달하는 거대 기업이다.

이 회장은 "기존의 패션 회사가 아니라 새로운 개념의 패션 회사를 만들려고 한다"며 "한국의 패션 기업도 글로벌 기업과 한 번 경쟁해 볼 만 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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