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터지면 2000억' 우주산업 손해배상 형평성 제고해야

머니투데이 양재석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2023.03.2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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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석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사진=디라이트 양재석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사진=디라이트


국내 우주 발사체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가 시험 발사체 '한빛-TLV'를 19일 오후 2시 52분(현지 시각)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국내 민간 우주 발사체 상용화의 첫발을 내딛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격려 메시지를 통해 "민간 중심의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제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는 민간 전용 발사장 구축, 민간 로켓 발사허가제도 마련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우주개발산업은 큰 위험이 따른다. 안전성을 100% 보장할 수 없다. 예를 들어 200km 이상 상공에서 초속 7.5km 속도로 움직이는 위성이 다른 우주물체와 충돌하거나 지상으로 추락하는 위험한 상황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쳐다볼 수만은 없다. 우주 분야 시장 조사·컨설팅 전문업체 유로컨설트에 따르면 2021년 세계 우주경제 규모는 3700억 달러(약 478조원)에 달했다. 우리나라가 G5(주요 5개국) 과학·경제 강국으로 올라서기 위해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다.



초창기 해운·항공산업도 우주산업처럼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이들을 육성하기 위해 거대 위험에 따른 책임제한액(손해배상 한도금액)의 부담을 낮춰주는 방향으로 법·제도를 손봤다. 이를테면 항공산업의 경우 최대이륙중량이 2000kg 이하인 항공기가 지상에 있는 제 3자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항공기의 책임제한액은 30만SDR(5억2000만원)이며, 2000kg 이상일 경우 30만SDR에 초과 중량에 비례한 일정 금액을 가산하는 형태로 배상한도를 정해 놓았다. 단 한 번의 사고로 회사가 파산하는 일은 막아 아예 도전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한 것이다.

현행 우주손해배상법에 따르면 우주물체 발사자 책임제한액은 일률적으로 2000억원을 적용하고 있다. 즉, 중량 50㎏급 탑재체를 우주로 실어나를 수 있는 추력 15톤(t)급 1단형 시험발사체 한빛과 1.5t 규모의 탑재체를 우주 궤도에 올릴 수 있는 추력 75t급 3단형 '누리호'가 동일한 책임제한액을 적용받는 것이다. 이 정도 금액을 감당할 수 있는 국내 스타트업이 과연 몇이나 될까. 지금까지 550억원의 투자를 받은 이노스페이스도 감당하기엔 너무 큰 금액이다.



항공기는 최대이륙중량에 따라 책임한도를 달리 규정한 반면, 발사체는 중량·추력 등을 전혀 고려치 않고 똑같은 금액의 책임제한액을 적용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 무엇보다 책임제한액은 발사체·위성업체 등이 발사허가를 받기 위해 가입해야 하는 책임보험의 가입금액을 정하는 기준이 된다. 책임제한액이 낮으면 이들이 부담할 보험료도 줄어든다. 이는 발사 비용을 낮춰 국제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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