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 힌남노는 지난해 9월6일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덮쳤다. 최대 500mm의 폭우가 영일만 만조와 겹치며 인근 하천(냉천)이 범람했고, 포항제철소는 첫 쇳물을 생산한 지 49년 만에 처음으로 쇳물 생산을 멈췄다.
단순한 공장 재가동을 넘어 제품의 생산량과 품질도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 2월부터는 경영계획을 상회한 생산량에 도달하며 완전한 복구를 알렸다. 품질부적합률도 역시 침수 전에 비해 양호한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오로지 '감'에 의존하던 시대는 끝났다…스마트팩토리 구축

포스코는 용광로의 각종 지표를 데이터화해 '스마트고로'를 구현해냈다. 고로를 관리하는 제어실에는 모니터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고로 옆 용광로의 통기성, 연소성, 용선 온도, 출선량 등 수치가 실시간 그래프로 표시됐고, 투입되는 철광석과 석탄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제어실에 상주하는 직원은 3명 남짓이다.
용광로는 높이가 110m에 달하는 거대한 설비다. 용광로를 채운 쇳물은 1500℃, 내부 온도는 최대 2300℃에 이른다. 거대한 용광로의 안을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에 그간 작업자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해 수동으로 운전해왔다. 투입되는 연·원료의 양, 노열(爐熱) 등을 작업자가 일일이 측정해야 했다.
이제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 수많은 케이스를 학습하는 딥러닝을 통해 '스마타이제이션(Smartization)'을 한다. 스마타이제이션은 자동화를 뛰어넘어 예측하고 알아서 변수를 제어해 최적의 결괏값을 산출하는 것을 말한다. 인공지능(AI)도 스마트고로의 탄생을 앞당겼다. 스마트고로는 설비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가 작업을 대신하고 알아서 데이터화한다.
최명석 제2고로 공장장은 "이전에는 한의사가 맥을 짚듯이 조업자들이 감으로 해야 했던 일이었다"며 "포항제철소 제2고로는 'AI 용광로'라고 불릴 만큼 인공지능 수준의 자체 제어와 예측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권민락 제선부 기술개발섹션 과장은 "현재보다 앞으로 더욱더 스마트 기술이 발달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포항제철소가 명실상부한 스마트팩토리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이를 통해 휴먼에러를 줄이고, 사람이 감지하지 못하는 미세한 데이터의 변동을 미리 감지하여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조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포스코는 아시아 철강사 중 최초로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내걸었다. '하이렉스'(HyREX) 기반 수소환원제철 상용 기술을 개발 중이다. 포스코는 하이렉스 시험설비를 2026년에 도입해 상업화 가능성을 확인하고, 2050년까지 포항·광양 제철소의 기존 고로 설비를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할 계획이다.
"스타트업 육성에도 진심" 미래 가치에 투자 아끼지 않는 포스코

이날 방문한 체인지업그라운드는 신생기업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사무실 유리에는 아이디어가 빼곡히 적혀있었고, 꿈을 가진 젊은 창업가들은 모여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연구 공간에는 각자의 땀이 담긴 연구물들이 즐비했다. 포스코 그룹은 입주기업에 산학연 협력 인프라를 제공하고, 사업화 실증 기회와 글로벌 진출을 지원한다. 벤처 펀드를 활용한 성장단계별 스케일업 자금 지원, 정부와 지자체와 연계한 투자 유치(IR) 기회도 제공한다.
입주기업들은 다른 인큐베이팅 센터와는 차원이 다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호평한다. 입주기업인 에이엔폴리 노상철 대표는 "바이오플라스틱과 같은 소재 기업은 규모의 경제로 인프라를 확충하고 가격을 낮추는 것이 핵심인데, 체인지업그라운드에 입주해 포스코의 네트워킹과 인프라를 통해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체인지업그라운드에 입주한 기업은 현재 113개로 기업 가치는 1조 4086억원에 달한다. 입주율은 100%로 국내 최고 수준의 창업 인큐베이팅 센터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체인지업그라운드의 또 다른 역할은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이다. 체인지업그라운드의 산학연 인프라 지원을 받기 위해 수도권 기업 12곳이 포항으로 본사를 이전했고, 9곳이 포항 사무실을 새로 열었다. 2곳은 포항 공장을 건설했다. 포항에 새로 창출된 일자리는 90여 개에 달한다.
포스코는 수해 복구로 굳건해진 만큼 기술 역량에 집중해 지속이 가능한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겠단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복구 활동을 통해 임직원 모두의 일치된 열정과 위기 극복 DNA를 되새겼다"며 "향후 하이렉스 기술이 글로벌 철강업계의 탄소중립을 주도하는 핵심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기술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더욱 굳건해진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기업 시민의 긍정적 가치 경험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