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 굉음 뒤 배 두동강…전국민 비통 빠트린 軍 46명 죽음[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채태병 기자 2023.03.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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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지난 20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 천안함 추모비 앞에서 박동혁함 등 유도탄고속함(PKG) 승조원들이 경례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해군2함대사령부 제공지난 20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 천안함 추모비 앞에서 박동혁함 등 유도탄고속함(PKG) 승조원들이 경례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해군2함대사령부 제공


13년전인 2010년 3월 26일은 전 국민을 충격과 슬픔에 빠뜨렸던 천안함 폭침 사건이 일어난 날이다.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어뢰 공격에 대한민국 해군의 천안함이 침몰한 사건으로 우리 군 40명이 전사하고 6명이 실종됐다. 수색 과정에서 추가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전쟁 이후 군에서 벌어진 최대의 참변이다.

때문에 2010년 3월 26일 밤은 우리에게 잊지 못할, 아니 잊어서는 안 될 시간이다. 그렇다면 그날 무슨일이 벌어졌었나.



'펑'하는 굉음 후 배 90도로 기울어.."살려달려" 아우성도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22분 인천 옹진군 백령도 서남방 2.5km 해상. 250kg 규모의 고폭약 탄두를 단 북한 음향어뢰는 해군 초계함 천안함의 스크루를 향해 초속 12~14m의 속도로 달려들었다.

직후 천안함 가스터빈실 좌현 3m 앞까지 도달한 어뢰는 '쾅'하는 소리와 함께 터졌고 '펑'하는 굉음과 함께 100m가량의 물기둥이 치솟았다. 천안함 46용사의 목숨을 앗아가며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지게 한 사건의 시작이었다.



배는 90도로 기울어졌고 발전기와 통신도 끊겼다. 그리고 순식간에 선체 후미가 물속으로 가라앉으면서 "살려달라"라는 아우성이 들렸다.

생존 장병들이 정신을 차려보니 배는 허리가 잘린 채 두 동강이 나 있었다. 선체 앞과 뒤에 있던 장병들은 '천당'과 '지옥'으로 갈렸다. 천안함에 승선했던 104명 중 구조된 58명은 대부분 선체 앞부분에, 실종된 46명은 선체 후미에 있었다.

이후 실종자 수색과 선체 인양이 진행되면서 2010년 4월 24일 17시 기준으로 실종자 46명 중 40명이 사망자로 확인됐으며 6명이 실종자로 남아 있다.


한편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수색과정에서 3월 30일에는 UDT 대원인 한주호 해군준위가 작업 중 실신해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순직했다. 김현진 상사, 김정호 상사는 실신해 치료를 받았다. 4월 2일에는 저인망어선 금양98호가 천안함 실종자 수색을 마치고 조업구역으로 복귀하던 중 서해 대청도 서쪽 55km 해상에서 침몰해 탑승 선원 9명 중 2명이 숨지고 7명이 실종됐다.

천안함 침몰 해역서 北 어뢰 장치 발견
2010년 4월 백령도 남방 해역에 가라앉아 있는 천안함 함미를 인양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2010년 4월 백령도 남방 해역에 가라앉아 있는 천안함 함미를 인양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천안함이 침몰하자 대한민국 정부는 수색 작업 실시와 함께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천안함 인양에 나섰다. 2010년 4월 15일에는 천안함 함미를, 4월 24일에는 함수의 인양을 완료했다.

이후 국방부는 민간과 군이 참여하는 합동조사단을 꾸려 국제조사단과 함께 천안함 침몰 원인을 규명했다. 인양 작업 약 한 달 뒤인 5월 20일 국방부는 "천안함이 가스터빈실 좌현 하단부에서 어뢰의 폭발을 받아 선체가 절단돼 침몰했다"고 발표했다.

또 합동조사단은 천안함이 침몰한 해역에서 북한군 어뢰의 추진동력부인 프로펠러를 포함한 모터, 조종 장치 등을 수거했다고 밝혔다. 이들 장치는 북한이 수출 목적으로 배포한 어뢰 소개 자료에 적힌 내용과 크기, 형태 등이 일치했다.

더욱이 발견된 어뢰 관련 장치에는 '1번'이라고 적힌 한글 표기가 남아있었다. 공식 조사에 참여한 미국, 영국, 스웨덴, 호주 등 4개국 전문가들 역시 천안함 침몰 원인은 북한의 어뢰 공격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北 "남한의 날조극" 반발…국방부, 조목조목 재반박
국립대전현충원의 천안함 46용사 묘역. /사진=뉴시스국립대전현충원의 천안함 46용사 묘역. /사진=뉴시스
한국 정부의 천안함 침몰 원인 발표에 북한 측은 "남한의 천안함 조사 결과는 날조극"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자신들은 연어급 잠수정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어뢰 표기도 '번'이 아닌 '호'라고 적는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은 수출을 위해 어뢰 관련 자료나 책자를 해외에 배포한 적이 없고, 천안함 국제조사단에 참여한 국가들이 모두 친미 성향의 나라뿐이라며 조사 결과가 조작된 것이라고 했다.

이에 국방부는 북한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국방부는 연어급 잠수정이 없다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북한이 연어급 잠수정을 운영하는 영상 정보 사진을 확보하고 있다"고 맞섰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수년 전 중동 국가에 (잠수정을) 수출한 사례도 확인했다"며 "북한으로부터 (잠수정을) 수입해 사용하는 특정 중동 국가에서 북한 어뢰를 운용하고 있는 것도 파악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북한 무역 회사가 작성해 제3국에 제공한 어뢰 설계도가 포함된 소개 책자 역시 확보하고 있다"며 해당 책자가 영문으로 작성됐고, 일부 설명에는 일본어도 병기돼 있다는 자세한 설명까지 더했다.

"용납할 수 없는 행동"…세계 각국의 北 규탄
국방대학교 안보과정 학생들이 지난 22일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를 방문해 천안함 선체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해군 2함대국방대학교 안보과정 학생들이 지난 22일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를 방문해 천안함 선체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해군 2함대
46명의 젊은 용사가 숨진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어뢰 공격 때문에 일어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세계 각국은 공식 성명을 내고 북한을 규탄했다.

먼저 미국은 백악관 대변인 성명을 통해 "국제조사단의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토를 반영한 것"이라며 "북한이 이번 공격에 책임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같은 공격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자 국제법 위반 사례"라고 강조했다.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국 국무장관 역시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정부가 진실을 규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있어 보여준 단호함과 인내심, 그리고 신중함을 높이 평가한다"며 한국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EU(유럽연합) 역시 성명문을 통해 "천안함 사건에 북한이 관련돼 있다는 증거가 제시됐다"며 "이 결과에 근거해 (북한의) 무책임한 행위를 강력 규탄한다"고 전했다.

국제조사단에 참여한 스웨덴과 호주 역시 북한의 폭력적 행위를 규탄하며, 이는 세계연합(UN) 헌장과 1953년 7월 판문점에서 맺은 정전 협정에 대한 위반 행위라고 비판했다.

2021년 천안함의 부활…"서해 수호를 위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1년 3월 26일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제6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1년 3월 26일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제6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천안함 피격 사건이 일어난 지 11년이 지난 2021년 3월 26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제6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천안함 함장이었던 최원일 예비역 대령과 유족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 관련 깊은 위로의 말과 함께 새로 진수하는 신형 호위함의 이름을 천안함으로 지었다고 밝혔다. 같은해 11월 9일 해군은 진수된 신형 호위함이 천안함으로 부활했다고 발표했다.

해군은 천안함 관련 단체와 유족들의 요청을 받아 2019년 말부터 천안함 함명 제정을 검토해왔다고 설명했다. 부활한 천안함은 초계함에서 호위함으로 격상됐다. 초계함은 연안 경비에 특화된 함선이지만, 호위함은 무기 체계 발전으로 구축함에 버금가는 전투력을 가진 함선이다.

새 천안함에는 예인선배열음탐기(TASS)가 장착됐다. 과거의 천안함에는 없었던 장치로, 이를 통해 원거리에서도 적 잠수정을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또 장거리 대잠어뢰인 홍상어도 장착됐다. 과거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장비 체계를 구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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