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3조원을 넘는 국내 주요 식품업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제품들의 나이다. 모두 30년 이상 됐다. 세대가 한번 바뀔 시간이 흘렀지만 식품 강자 30년 넘게 1위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른바 식품업체 '3조 클럽'에서 2000년대 이후에 내놓은 신상품이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는 CJ제일제당이 만든 비비고 왕교자(2010년 출시)가 유일하다. 한번 기존 제품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의 입맛을 바꾸기 어렵다는 얘기다.
히트작이 나와도 인기가 꾸준히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팔도 꼬꼬면이 대표적이다. 2011년 8월 '하얀국물'이라는 역발상으로 돌풍을 일으킨 꼬꼬면은 출시 3일 만에 400만개가 팔려나가는 인기를 누렸다.
5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증설했지만 판매량이 급감해 팔도에 큰 손실을 안겼다. 매출은 2011년 12월 17억8000만원에서 다음 해 1월에는 14억3000만원, 2월에는 5억7000만원으로 감소했다. 두 달 새 3분의 1 수준으로 매출이 줄어들었다. 현재는 시장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 과자 중에 2000년대 이후 히트작 중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은 '허니버터칩'이 유일하다.
이같은 제조업계의 흐름에 속이 터지는 것은 유통업계다. 신제품을 통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어야 매출이 늘어나는데 매번 팔던 것만 똑같이 팔아서는 유통업체 매출이 늘지 않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신제품 출시를 통해 끊임없이 소비자들의 추가적인 구매를 유도해야 하지만 제조사들이 잘 움직이지 않으니 답답하다"며 "유통업체가 PB(유통사 자체 브랜드)상품 개발에 나선 이유 중 하나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