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사들이 PB상품 개발을 위해 초기에 어떤 고민을 했을지 엿보이는 대목이다. 뚜껑 없는 변기시트는 소비자들의 심판(?)을 받아 시장에서 이내 사라졌지만 노브랜드는 같은 철학과 원칙하에 후속 상품을 개발했다. 물티슈에서 플라스틱 뚜껑을 떼버렸다. 비용을 줄인만큼 가격을 낮췄더니 소비자들은 환호했다.
국내 유통사들은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PB 시장 잡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오프라인 채널은 물론 이커머스까지 PB시장에 진출해 경쟁을 벌인다. 하지만 초창기 국내 PB시장의 성장을 이끌어 온 것은 대형마트다. 국내 시장 형성을 주도해온 이마트와 롯데마트 PB상품 개발자들의 말을 통해 PB상품개발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2015년 8월 서울 이마트 성수점에서 모델들이 '노브랜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노브랜드는 기능 최적화, 단량 통일 등을 통해 기존 시중상품 대비 가격을 최대 80% 가량 대폭 낮춘 것이 특징이다.
가격은 기성 상품보다 저렴하면서도 더 좋은 품질의 상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노브랜드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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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간 이마트 노브랜드 상품 담당은 "처음에는 상품 품질과 상관없는 브랜드 개발비, 디자인비, 광고비 등을 모두 빼고 상품 본질의 기능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출발했다"며 "이름은 노브랜드로 짓고 포장 디자인도 모두 노란색으로 통일해 부가적인 비용을 줄였다"고 말했다.
제작 비용을 줄이면서 품질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노브랜드는 그 답을 해외에서 찾았다. 노 담당은 "말레이시아로 날아가 해외 유명 감자칩 브랜드 '프링글X'을 제조한 경험이 있는 제조사를 찾았다"며 "해당 제조업체에 제작을 의뢰한 덕에 제조사-판매사-수입사-국내유통사 등의 중간 단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가격은 3분의 1수준으로 줄이고 품질은 좋은 감자칩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노브랜드는 이제 그 자체로 이마트가 가진 경쟁력의 한 축이다. 출범 첫해 27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조2700억원을 넘었다. 이마트 전체 매출의 4%를 차지한다. 이마트는 PB상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매장과 별도로 오픈하고 해당 브랜드를 활용한 햄버거 전문점까지 브랜드를 확장했다.
출범 당시 4명이 담당하던 업무를 이제는 본사에만 70여명이 담당하고 있다. 노브랜드 점포 직원을 포함하면 1000여명이 노브랜드의 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노 담당은 노브랜드의 성공 비결로 "끊임없는 혁신"을 꼽았다. 그는 "매년 200~300개의 상품을 꾸준히 새로 개발하고 같은 수의 상품을 시장에서 철수시키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상품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원칙하에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40여개 브랜드 →하나로...'통큰'시리즈 재현 꿈꾸는 롯데마트
롯데의 PB상품 수는 한 때 40개가 넘었다. 하지만 종류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소비자들의 기억속에서는 잊혔다. 롯데가 최근 마스터 PB 브랜드 '오늘좋은'을 출시하며 PB 사업 재정비에 나선 이유다. 기존 PB 브랜드 △초이스엘 △스윗허그 △해빗 △온리프라이스를 통합하고 새로운 콘셉트를 더했다.
오세웅 롯데마트 PB&소싱부문 상무는 "소비자들이 상품을 고르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품질과 가격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맞추고 상품명, 제품 설명, 중량 등을 알아보기 쉽게 만든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합리적 가격과 품질은 기본이고 이제는 차별화된 상품이 해당 마트의 경쟁력이고 PB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롯데마트는 급변하는 소비자 취향을 반영하기 위해 20대부터 베테랑 직원까지 약 50명이 모여 분기에 한 번꼴로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한다. 경쟁사에서 나온 신상품은 한 달에 한 번씩 전수조사한다.
이번에 출시된 프로틴바, 복숭아아이스티제로 등은 젊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탄생했다. 오 상무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가격이 싸다고 상품을 고르는 시대는 지났다"며 "기존 상품 대비 고품질을 유지할 자신이 있을 때 PB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