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 증상 없어서"… 급성 심근경색 진단·치료, 여성에선 '소극적'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3.03.2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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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 증상 없어서"… 급성 심근경색 진단·치료, 여성에선 '소극적'


급성 심근경색은 남성에서 더 많이 발병하지만, 입원 중 사망률이나 심각한 합병증의 발생률은 여성에서 더 높다. 그런데도 여성 급성 심근경색 환자는 가이드라인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받는 비율이 남성 환자보다 더 낮다고 알려져 있어 사회적 관심이 요구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박성미 교수팀(교신저자 박성미, 1저자 김소리)이 급성 심근경색에서 진단부터 치료까지의 국내 남녀 환자 간의 차이를 규명했다고 23일 밝혔다. 남성 환자보다 전형적인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고 여성 특이 위험인자를 가진 경우가 많은 여성 환자에겐 급성 심근경색의 진단·치료법이 남성 환자보다 소극적이란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데이터를 이용해 2003~2018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진단받은 환자 63만3000여 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들의 진단 시행과 중재 시술 적용, 약물치료 등에서의 남녀 간 차이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급성 심근경색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의 성별에 따른 진단 처방이 크게 달랐다. 연구범위의 전체 기간, 남성의 경우 63.2%에서 관상동맥조영술을 시행했는데 여성에선 39.8%에서만 관상동맥조영술이 시행됐다. 남성이 1.58배 더 많았다. 특히 남성 환자에게서의 관상동맥조영술 시행은 2003년 44.6%, 2018년 73.6%로 계속 증가했지만 여성 환자에게서는 2003년 30.7%, 2018년 45.7%로 비교적 낮은 증가세를 보이며 남녀 간 격차가 점차 커졌다.



"전형적 증상 없어서"… 급성 심근경색 진단·치료, 여성에선 '소극적'
검사뿐 아니라 치료에서도 성별의 차이가 컸다. 2018년 스텐트 시술을 포함한 관상동맥 중재 시술은 남성 환자의 85.8%에서 시행했지만, 여성에서는 77.5%에 불과했다. 퇴원 시 약물치료를 받은 비율도 분석했더니 스타틴의 경우 남성의 87.2%, 여성의 79.8%였고 베타차단제의 경우 남성의 69.6%, 여성의 62.6%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나이와 동반 질환 유무 등의 다른 요소를 배제하더라도 급성 심근경색의 진단·치료에 있어 남녀 차가 크며,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박성미 교수는 "심장질환은 우리나라 남녀 모두에서 주된 사망원인 2위이며, 여성에서는 단일 신체 기관 사망원인 1위인데도 최근까지 치명적인 급성 심근경색에 대한 적극적인 진단·치료가 여성에서 유의하게 낮았다는 점은 국가 의료정책적인 면에서도 깊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고령층과 젊은 연령의 여성 환자에서 급성 심근경색의 예후가 좋지 않고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흔한데, 일반적인 심혈관계 위험 동반 질환은 남성 환자보다 더 많다. 박 교수는 "여성 특이 위험인자를 가진 경우가 있어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인지도와 관심이 크게 요구된다"며 "고려대 의과대학·의료원의 시초가 여성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기 위함이었듯 안암병원 로제타홀 여성심장센터를 중심으로 여성 환자의 심장혈관질환 진단과 치료에 더 힘을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심장학회 빅데이터 연구사업으로 지원받았으며, 네이처 자매지 SCI급 국제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2023년 3월호에 실려 국내외 학계에서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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