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0억 적자' 1년만에 실적 곤두박질…'두나무'에 엇갈린 VC 운명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23.03.24 15:03
글자크기
'4300억 적자' 1년만에 실적 곤두박질…'두나무'에 엇갈린 VC 운명


에이티넘인베스트 (2,930원 ▼10 -0.34%), 우리기술투자 (9,100원 0.00%) 두 벤처캐피탈(VC)의 운명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 비상장 (115,000원 ▲1,000 +0.88%) 투자로 완전히 엇갈렸다. 적절한 시점에 회수한 에이티넘인베스트의 실적은 투자혹한기에도 선방한 반면 우리기술투자는 4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티넘인베스트는 2022년 영업수익 1010억원, 영업이익 352억원을 기록했다.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2021년과 비교해 각각 14.1%, 57.8% 감소했다. 악화된 벤처투자 심리 때문이다. 펀드 포트폴리오의 기업가치를 뜻하는 조합지분법이익은 2021년 966억원에서 2022년 37억원으로 급감했다.

그럼에도 선방할 수 있었던 건 안정적인 관리보수와 700억원이 넘는 성과보수 덕분이다. 에이티넘인베스트는 2021년 164억원의 관리보수를 올린 데 이어 지난해 151억원의 관리보수를 챙겼다. 규모 있게 펀드를 운영한 결과다.



2021년에는 없었던 성과보수가 2022년에는 784억원 반영됐다. 현재 청산을 진행 중인 '에이티넘고성장기업투자조합'(이하 에이티넘고성장펀드) 덕분이다. 2014년 3월 결성된 에이티넘고성장펀드는 결성액 2030억원 규모의 대형 펀드다. 주요 출자자(LP)로는 △국민연금공단 △한국교직원공제회 △우정사업본부 등이 참여했다. 총 운영기간은 8년이다.

에이티넘고성장펀드는 이미 원금의 4배(402.6%)가 넘는 분배금을 LP들에게 배분했다. 주요 포트폴리오는 두나무다. 2016년 두나무에 초기 투자를 진행했다. 당시 기업가치는 500억원. 에이티넘고성장펀드가 청산을 시작한 2021년 말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20조원으로, 8년만에 400배 올랐다.

성과보수는 펀드 청산 완료 혹은 청산 전 기준 수익률을 넘은 VC가 얻게 되는 수익이다. LP는 VC에 출자하며 일정 수준의 기준 수익률을 제시하는데 이번 경우 기준 수익률을 크게 넘으면서 2022년부터 반영한 것이다.


반면 2022년 우리기술투자의 영업수익은 334억원으로 전년대비 96% 급감하고 영업손실은 4301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영업수익 8119억원, 영업이익 7935억원에서 1년만에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이같은 실적 악화는 지난해 두나무의 기업가치 급락 때문이다.

우리기술투자는 현재 두나무 주식 251만282주(지분율 7.24%)를 보유하고 있다. 2021년에만 하더라도 우리기술투자가 보유한 두나무의 지분가치는 8095억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투자심리 위축과 루나사태로 인해 2022년 기업가치는 3552억원으로 56.1% 급락했다.

우리기술투자 입장에서 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 중 84.9%를 차지하는 두나무의 기업가치가 폭락하면서 4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피하기 어려웠다. 우리기술투자는 에이티넘인베스트보다 1년 앞선 2015년 두나무에 선제적으로 투자했으나 적절한 회수시점을 잡지 못한 게 발목을 잡았다. 추후 적절한 가격에 투자 회수가 되면 실적이 회복될 가능성은 있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VC들이 보유한 포트폴리오사들의 기업가치가 전체적으로 급락했다"며 "특히 기업가치 하락이 두드러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에 투자했던 VC들의 조합이분법이익이 급감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