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 물건 몰래 '쓱'…"1만원 소액 많아" 경찰 힘 빠지는 이유

머니투데이 최지은 기자 2023.03.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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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한 무인 점포에 붙은 인쇄물./사진=최지은 기자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한 무인 점포에 붙은 인쇄물./사진=최지은 기자


상주하는 사람 없는 24시간 무인점포가 늘면서 이를 노린 절도 범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무인점포 절도범 관련 게시물이 올라왔다. 과자, 아이스크림 등을 파는 무인점포를 운영하는 한 누리꾼이 올린 영상 속 절도범은 휴대전화 간편결제로 계산하는 척 갖다 댄 후 바로 물건을 가지고 나갔다.

해당 누리꾼은 "잡히면 벌금이나 합의금으로 돈을 더 낼 텐데 왜 물건을 훔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무인점포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은 6344건으로 하루 평균 13건꼴이다.

보안업체 에스원이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고객사 85만 곳의 무인점포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무인점포 절도 발생 건수는 2021년 351건에서 지난해 471건으로 1년 새 약 34% 증가했다. 무인점포 절도 피의자는 10대가 35%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관악구에서 무인점포 가게 2곳을 운영하는 오모씨는 "계산하는 시늉만 하고 물건을 가져가거나 물건을 여러 개를 가져와서는 하나만 계산하는 등 절도 유형이 다양하다"고 했다. 다른 사람의 카드를 주워 계산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하지만 사람이 상주하지 않는 무인점포 특성상 절도범이 현장에서 적발되는 경우가 거의 없고 피해액도 1만원 정도의 소액인 경우가 많다. 이렇다 보니 경찰들 사이에서는 경력이 낭비된다는 푸념도 나온다.

서울 북부지역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형사 A씨는 "무인점포 대상 절도는 주인이 재고를 정리하다가 알아채거나 나중에 CCTV(폐쇄회로화면)를 돌려보고 신고하는 경우가 많아 일이 많아진다"며 "소액 범죄도 범죄인 건 같지만 피해액이 작고 대부분 합의하다 보니 열심히 수사하고도 힘이 빠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 남부지역에서 근무하는 경찰 B씨도 "더 중요한 사건에 투입될 여지가 있는 인력들이 빠져나갈 수 있어 경력이 낭비된다고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양심 거울이나 경찰 사진이 인쇄된 등신대 등을 만들어 설치하는 등의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문제는 CCTV가 있어도 거리낌 없이 물건을 훔쳐 가는 것"이라며 "물건을 훔쳤을 때 어느 정도 수준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을 눈에 띄게 붙여 놓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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