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자 100명중 15명 "연봉 70%넘게 원금·이자 갚는데 쓴다"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3.03.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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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21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대출상품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3.02.21.[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21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대출상품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3.02.21.


한 해 동안 갚아야 할 대출 원금·이자가 연간 소득의 70%를 초과하는 '고위험 차주'가 전체의 1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23일 공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70%를 초과하는 가계대출 차주의 비중이 15.3%에 달했다.



DSR은 차주의 연간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의미한다. DSR이 70%를 넘는 고위험 차주의 대출잔액이 전체 대출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1.9%에 달했다. 이들 가운데 DSR이 100%를 초과(연간 소득보다 원리금 상환액을 초과)하는 차주의 비중은 8.9%, 이들의 대출잔액 비중은 29.4%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평균 DSR은 40.6%다. 또 가계대출 차주의 68.1%(대출 비중 34.4%)는 DSR 40% 이하에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취약 차주의 경우 38.7%만 DSR 40% 이하에 분포했다. 취약차주는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차주를 의미한다.

지난해 4분기 신규차입 차주의 DSR은 17.3%로 차주 단위 DSR 규제 강화 전인 2020년 4분기(23.8%)보다 하락했다. 신규차입 차주는 전기에 대출 미보유자였다가 해당 분기에 대출을 받은 사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가계의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DSR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3.7%로 호주(14.9%)에 이어 주요국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후 상승폭(2019년 말 대비 1.5%p 상승)은 가장 컸다.


한은은 "2021년 하반기 이후 가계대출 차주의 DSR은 상승하고 있지만 금융권 관리기준(40~50%) 이내"라며 "대다수 차주의 DSR 수준도 낮아 당장 가계 전반의 채무 상환 부담 급증을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다만 "한국이 주요국에 비해 가계부채 비율이 상당히 높다"며 "(DSR이 70%를 초과하는) 고(高)DSR 차주의 대출잔액이 많고 취약차주 부담이 큰 점을 고려해 DSR 규제 안착을 통해 점진적인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을 꾸준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DSR과 DTA(자산 대비 부채 비율)가 각각 40%, 100%를 상회하는 '고위험가구'는 2022년 이후 이자 부담 증가, 자산가격 하락으로 DSR과 DTA가 추가 상승하면서 가계대출 연체 가능성이 더 높아진 상황으로 분석됐다. 이들 가구의 평균 DSR과 DTA는 2021년 101.5%, 131.6%에서 2023년 2월 현재 116.3%, 158.8%로 상승했다.

한은은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은 현재 0.7%에서 올해 말 1.0%로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금융업권별로는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다른 업권보다 이미 높고 향후에도 연체율이 다소 빠르게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다만 저축은행과 여전사의 손실흡수능력이 양호해 가계대출 연체 확대로 인한 기관 부실 우려는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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