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두 팀의 승패를 가른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는 제3의 공격수의 존재였다. 두 팀이 자랑하는 아가메즈-나경복(우리카드), 타이스-서재덕(한국전력) 쌍포는 이날도 각각 42점, 40점을 합작했다. 하지만 임성진이 11점, 신영석이 9점을 기록한 한국전력과 달리 우리카드의 이상현, 송희채는 도합 10점으로 뒷받침해주지 못했다.
권 감독은 20일 열린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사전 인터뷰에서 "(과거 가르쳤던) 김지한은 코트에서 욕심도 있고 파이팅도 넘치는데 임성진은 그런 부분이 약하다. 둘을 섞어 놓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라고 일말의 아쉬움을 표현했었다. 천성이 그런 것은 어쩔 수 없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함께한 14년 지기 임동혁(대한항공)도 "14년 간 (임)성진이와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 정말 착하고 친구로서 참 좋은 사람"이라며 인증한 바 있다. 하지만 소심하고 착한 성격 아래에는 그보다 더 강한 책임감이 있었다.

그리고 끝내 자신과 약속을 지켰다. 권 감독의 지시 아래 4세트부터 임성진에게도 많은 공이 가기 시작했고, 그는 거침없이 강스파이크를 때려 넣었다. 4세트 매치 포인트를 만들고 포효하는 임성진의 모습은 껍질 하나를 벗어낸, 각성한 에이스 그 자체였다.
경기 후 임성진은 "어떻게든 4세트에서 끝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서)재덕이 형, 타이스가 3세트까지 점유율을 많이 가져가서 체력이 떨어졌다 느꼈고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면서 "(23-22에서 백어택 상황) 그때도 (하)승우 형이 못 띄울 줄 알았는데 올라와서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으로 때렸다"고 전했다.
이에 팀 선배 서재덕은 "감독님이 평소 (임)성진이가 조금 소심하다고 평가했었는데 오늘은 그런 부분이 안 보였다. 오히려 경기 막판에는 내가 성진이에게 기대는 면도 있었다. (주전으로) 시즌을 치르면서 배포도 생겼고 지난해보다 훨씬 성장한 것이 느껴진다"고 대견해했다.
권 감독 역시 "(임)성진이가 오늘 경기로 인해 한층 더 성장할 것 같다.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며 자신감을 얻었으니 플레이오프에 가면 더 잘할 것 같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