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대형마트는 24시간 365일 영업하면서 최대매출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통시장은 점차 축소됐고 시장 상인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그 후 10년...온라인 중심으로 바뀐 소비패턴

심야 영업 제한으로 인해 대형마트는 문을 닫았지만 새벽배송 등을 통해 온라인 유통업체가 마트가 문 닫은 시간을 장악해 갔다.
지난해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 비중을 보면 온라인이 48.6%(산업통상자원부)로 절반을 차지했다. 백화점(17.8%), 편의점(16.2%), 대형마트(14.5%), SSM(2.8%) 등 나머지 오프라인 유통채널이 절반을 가지고 싸우는 형국이다.
2019년까지 대형마트는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에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해왔으나 2020년부터 대형마트는 백화점-편의점에 밀려 3위로 밀려난 상황이다.
마트가 '물건'을 파는 대신 고객 '시간'을 사려는 이유

더 이상 대형마트의 경쟁자는 전통시장과 같은 다른 오프라인 유통채널이 아니었다. 이마트의 경우 오프라인 영업시간은 자체적으로 밤 11시에서 밤 10시로 한 시간 더 축소했다. 밤 시간대 소비자들을 새벽배송 유통채널에 빼앗기면서 내린 결정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비대면 소비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어떻게하면 오프라인 시장으로 끌어낼 수 있을지가 대형마트는 물론 소상공인들의 공통과제가 됐다.
대형마트가 마트를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라 고객들의 '시간을 사는 곳'으로 탈바꿈하려고 하는 이유도 이같은 생존고민에서다.
2020년 새로 단장한 이마트 월계점이 대표적 사례다. 이마트는 기존의 마트 점포 비중은 대폭 축소하고 고객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채웠다. 유명 맛집들도 대거 입점하면서 마트 내 점포를 지역 상인들에게 내줬다. 엔터테인먼트 시설도 함께 운영했다. 고객들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내고 시간을 산 결과 이마트 월계점의 지난해 4월 실적은 마트 비중을 축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리뉴얼 전인 2020년 4월 대비 114% 신장했다.
홈플러스도 초대형 식품 전문 매장 '메가푸드마켓'을 내세워 고객 경험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지역 맞춤형 매장 전략을 펼치며 지난해에만 총 10개점을 리뉴얼 했다.
대형마트·소상공인 공통과제는 "오프라인으로 소비자 끌어내기"

2021년 기준 서울 성동구를 비롯해 경기 안양, 고양, 충남 계룡, 경북 영천, 울산 중구 등 35개 지자체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지정하고 있다. 울산 울주군, 경기 동두천시 등 16개 지자체는 휴무일을 자율로 지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구 북구 등 대구지역 5개구도 대형마트 평일 휴무에 동참했다.
일부 연구결과도 규제 해제의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가 2017년 신용카드 사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인근에 대형마트가 들어선 뒤 오히려 전통시장 고객이 늘어났다. 전통시장 고객을 100명으로 볼 때, 대형마트로 이동하는 전통시장 고객은 4.9명인데 비해 대형마트를 이용하면서 시장을 함께 이용하는 신규 고객은 14.6명이나 됐다.
대구지역 이마트는 아예 전통시장과 손 잡고 공동 마케팅에 나섰다. 이마트 만촌점은 전단을 활용해 동구시장의 다양한 맛집 위치를 안내하고, 주요 점포를 소개할 예정이다. 전통시장을 알리는 홍보 영상을 제작하고 이를 만촌점에서 방영할 계획이다.
동구시장은 이마트 만촌점과 약 300m 거리에 있는 전통시장이다. 대구 수성구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으로 분식부터 빈대떡, 해장국, 육개장, 생선회, 칼국수 등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들을 갖췄다.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마트를 찾고 마트를 찾는 사람들이 전통시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하는 상생전략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형마트 평일 휴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마트 노동자들의 주말 휴식권을 보장해달라는 취지다. 이에 대해 대형마트 측은 주 32시간 노동을 하며 주5일 근무 2일 휴무를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마트업계에서는 주말에 일하고 평일에 쉬는 것은 소매업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숙명인데 이를 인권과 연결짓는 것은 맞지 않다고도 설명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주중보다 매출이 더 잘 나오는 주말에 일을 하는 것은 대다수 자영업자들도 똑같다"며 "대형마트는 주 32~40시간 노동을 하며 주5일 근무 2일 휴무를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