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길 막힌 '수에즈 운하', 선체 좌초 7일 만에 구조사건을 인지한 이집트 정부는 배 두 척을 보내 에버기븐호를 구조할 계획이었다. 우선 배를 쉽게 움직이게 하기 위해 연료와 선박평형수, 컨테이너 몇 대를 제거했고, 굴착기를 동원해 배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하지만 배가 모래에 깊게 박힌 탓에 요지부동이었다.
하지만 좌초는 예상보다 길게 이어졌다. 사고 5일 차인 3월 27일에는 밀물이 들어올 때를 이용해 14척의 예인선으로 배를 끌어내려고 시도했다. 현지 시각 7시에 배가 북쪽으로 30미터가량 움직이는 등 약간의 진전이 이루어졌지만, 완전히 구조하지 못했다. 이날 기준으로 운하 양단과 운하 중간의 호수에 300대 이상의 배가 대기하고 있었다.
사고 발생 일주일이 흐른 3월 29일 오후 3시 5분쯤. 슈퍼문에 맞춘 만조의 도움을 받아 배를 완전히 구조하는 데 마침내 성공했다. 이날 동원된 예인선만 14척에 달했다. 에버기븐호가 운하의 양쪽 제방과 평행하게 위치하면서 선체가 완전히 물에 뜨게 됐다. 이날 오후 7시부터 7일간 막혀있던 물길 위로 다른 배들이 이동할 수 있게 됐다.
2021년 4월 5일 수에즈 운하 관리 당국은 사건 발생 11일 만에 운하의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다.
영국의 해운산업 전문지 로이즈리스트는 이번 사고로 인해 매일 90억달러(약 10조2000억원) 규모의 화물 운송이 차질을 빚게 됐다고 분석했다. 시간당 약 4억달러(약 52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수에즈운하 좌초 사고에 수천마리 동물 떼죽음 위기에 놓이기도

블룸버그통신은 이러한 배가 최대 14척이라고 보도했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자체 파악한 9척에 동물보호단체가 확인한 11척을 더해 최대 20척이라고 전했다.
세계 최대 양 수입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루마니아에서 양을 산 채로 수입해 이슬람 방식으로 도축한다.
이슬람교에서는 이슬람식 도축 방식인 '다비하'에 따라 도축된 고기만 할랄(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로 인정된다.
문제는 대부분의 동물 운반선이 동물용 사료와 마실 물을 넉넉하게 준비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동물 보호 단체 '애니멀 인터내셔널'은 당시 "사료와 물이 떨어진 선박들도 있을 것"이라며 "빨리 운하 통행이 재개되지 않으면 큰 비극을 맞을 수도 있다"고 성명을 내기도 했다.
동물복지단체 '컴패션 인 월드파밍'은 배에 수천 마리 가축을 빽빽이 싣고 장기간 운송하는 방식은 가축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질병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며 "일부 배는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다가 전용돼 가축 운송에 완벽히 적합하지도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확장 공사에도 좌초 사고 여러 차례 반복…그런데도 '최단' 항로 포기 못하는 선주들

북쪽의 포트사이드에서 남쪽 수에즈의 수에즈 항까지 193.30㎞로 한해 기준 통행 선박은 1만8500 척 이상으로 하루 평균 51.5 척이다.
수에즈 운하는 평균 수심 22 m 정도이고 폭은 200미터 정도여서 대형 화물선이 지나기엔 위험 요소가 늘 있었다. 그런데도 선박들이 수에즈 운하를 항행하는 건, 이곳이 유럽에서 아시아로 가는 최단 항로이기 때문이다. 수에즈 운하가 막히면 선박들은 아프리카 최남단인 희망봉을 돌아 9000㎞를 항해해야 한다.
최근에도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월 옥수수를 실은 화물선이 좌초돼 수에즈 운하 선박 운항이 일시 차질을 빚었지만, 다행히 재부양에 성공해 선박 운행이 곧 재개되기도 했다.
2016년 2월에도 산적화물선인 뉴 카타리나 호가 좌초하여 12일 동안 운항이 중단된 적이 있다. 2017년에는 OOCL 저팬의 컨테이너선이 몇 시간 동안 수로를 막았다.
2004년에는 유조선 트로피가 브릴리언츠 호가 좌초돼 사흘간 운하가 마비됐다. 2006년에도 에버기븐호 호와 비슷한 9만t급 홍콩 선박이 좌초된 바 있고, 2016년 2월에도 화물선인 뉴 카타리나 호가 좌초하여 12일 동안 운항이 중단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