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더, 더 휘어야 산다…'10년 만의 OLED' 신제품도 휘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3.03.2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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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임종철 디자인기자/사진 = 임종철 디자인기자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커브드'(휘어지는) 스크린으로 TV 시청자는 물론 게이머에게도 최고의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올레드(OLED) 모니터를 공개하면서 선명한 화질과 고주사율, 커브드 성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2013년 철수 이후 LG전자가 독점하고 있던 올레드 시장에 10년 만에 재도전하면서 커브드 모니터를 대표작으로 꼽은 것이다. 모니터는 물론 TV, 스크린 등 모든 제품에 커브드가 적용된 것은 최근 TV·모니터 시장에서 곡률(휘어지는 정도)로 구현한 몰입감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가전 제조사들은 올해 커브드 TV와 모니터를 잇따라 출시할 계획이다. LG전자는 모니터 곡률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40인치대 게이밍 TV를 선보였으며, 삼성전자는 최근 선보인 올레드 TV에 곡률을 조정해 모니터로 변환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했다. 스스로 빛을 내고 별도의 백라이트가 필요 없어 LCD보다 얇고 잘 휘어지는 올레드의 특성을 유감없이 발휘한 제품이다.

특히 TV 불황에도 견조한 성장이 예상되는 주력 제품군인 올레드 TV에까지 커브드를 적용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전 제조사의 커브드 기술력이 궤도에 오르면서 누적된 가전 재고의 돌파구로 커브드 TV를 선택했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올레드 TV 시장이 작년 대비 13% 성장해 741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휘어지는 화면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TV·모니터에 높은 몰입감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유튜브·넷플릭스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이 8K 초고해상도 컨텐츠를 잇따라 선보이면서 커브드 디자인이 대세가 됐다. 화면이 휘어져 있으면 눈과의 거리에 관계없이 한 눈에 화면 전체를 볼 수 있고, 시점 양 옆에도 화면이 있어 직접 안에 있는 듯한 생생함을 체험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게이밍 모니터 시장의 스테디셀러가 커브드 모니터라는 점도 한몫했다. 게이머들은 통상 800R~ 1000R 이상의 곡률을 갖춰야 FPS·롤플레잉 등 다양한 게임 장르에 적합한 몰입감을 제공한다고 평가한다. 시장조사기관 퓨처마켓인사이트(FMI)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의 게이밍 모니터 시장 연평균성장률(CAGR)은 6.6%다.

TV·모니터 제조사를 뒷받침하는 디스플레이 업체도 커브드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게이밍용 27인치 올레드 패널과 45인치 울트라 와이드 올레드 패널 개발을 완료하고 본격 양산에 돌입했다. 게이밍 올레드에는 LG디스플레이만의 기술인 벤더블'기능이 적용돼 800R 범위에서 자유롭게 곡률을 조정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에 밀려났던 LCD TV·모니터와 다르게 올레드는 여전히 한국 기업들이 압도적인 격차를 벌리고 있어 경쟁력 유지가 중요한 시점"이라면서 "올해 올레드 시장의 키워드가 '커브드'로 정해진 만큼 75형 이상 대형 모델에서도 커브드 제품의 출시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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