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SLL
연기로 말할 것 같으면 명불허전인 조승우가 타이틀롤로 나서는 ‘신성한, 이혼’은 상상 초월의 이혼 의뢰를 맡는 이혼 전문 변호사 신성한의 이야기다. 매주 새로운 케이스가 등장하며 흥미를 유발하지만, 사실은 조승우의 원맨쇼에 따라 드라마가 완급을 달리하고 있다.
피아니스트이자 독일에서 음대 교수로 활약하던 화려한 과거를 뒤로하고 변호사가 된 신성한은 평소 트로트를 즐겨 들으며 하루가 멀다고 라면으로 속을 푼다. 외모는 세련된 아티스트지만, 틈만 나면 자신의 ‘아재력’을 기막히게 뽐낸다. 소꿉친구 장형근(김성균), 조정식(정문성)과는 아웅다웅하면서도 매일같이 어울리며 찌질한 듯 푸근한 브로맨스로 드라마에 웃음기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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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다양한 사건을 다루는 드라마는 그동안에도 넘치게 많았고,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조승우가 플레이어로 나섰기에 ‘신성한, 이혼’을 관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 빨리 신성한만의 이야기를 풀어주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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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최근 방송에서 신성한과 대척점에 설 상대가 금화로펌 진영주(노수산나)라는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죽은 여동생의 시어머니였고, 지금은 진영주의 시어머니인 마금희(차화연)가 등장하면서 드라마가 본궤도에 올라선 분위기다. 아직 아군인지 적군인지 정체는 모호하지만, 마금희가 나오면서부터 확실히 긴장의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이제야 링 위에 선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대결을 시작하려는 순간인 것이다.
앞서 여러 이혼 케이스들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신성한이 진영주나 마금희의 존재만으로도 부르르 떠는 모습을 보면서는 태도가 달라졌다. 신성한이 느끼는 타격감이 나에게까지 전달되는 듯 진영주와 마금희에게 함께 분노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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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이 피아노 치는 모습으로 그의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것 역시 조승우를 기용한 드라마에 어울리는 연출이다. 신성한의 감정이 북받칠 때면 어김없이 피아노 치는 모습이 등장하는데, 이때 조승우가 대역을 써서 연기한다고 한들 화면으로 전해지는 비장한 마음은 오롯이 조승우가 전하는 것임을 팬들이 모르지 않는다.
결국 조승우가 트로트와 클래식으로 일종의 극과 극의 내면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서사를 풀어가는 게 ‘신성한, 이혼’의 매력포인트다. 트로트냐, 클래식이냐에 따라 표정이 달라지고 몸짓이 달라지는 조승우를 지켜보는 재미다. 새삼 드라마를 이끄는 조승우의 힘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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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을 자극하는 진영주와 마금희에게도 기대감을 보이게 된다. 진영주와 마금희의 활약에 따라 반격하는 신성한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아슬아슬하게 느껴질 수도, 아니면 민숭민숭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민하긴 하지만 그보다는 섬세한 배려심을 갖춘 인간미 있는 신성한이기에 마지막에는 따뜻한 결말에 당도할 게 자명하다. 그래도 그 과정까지 훈훈하면 너무 싱거울 것 같다. 경건하게 이별할 수 있는 성숙한 마음을 교훈으로 주려는 ‘신성한, 이혼’이라도 불꽃 튀는 기싸움으로 조승우에게 판을 깔아주어야 한다. 그래야 조승우도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맛이 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