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를 자극할수록 흥미로워지는 '신성한, 이혼'

머니투데이 조성경(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3.03.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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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튀는 이혼법정에 출정한 화수분 매력의 파이터

사진제공=SLL사진제공=SLL


세상 제일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싸움구경이다. 드라마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싸움이 팽팽하게 붙어서 구경하는 사람마저 긴장하고 손에 땀을 쥐게 될 때야말로 드라마의 재미가 고조된다. JTBC 주말극 ‘신성한, 이혼’(극본 유영아, 연출 이재훈)도 지금 딱 그런 분위기다.



연기로 말할 것 같으면 명불허전인 조승우가 타이틀롤로 나서는 ‘신성한, 이혼’은 상상 초월의 이혼 의뢰를 맡는 이혼 전문 변호사 신성한의 이야기다. 매주 새로운 케이스가 등장하며 흥미를 유발하지만, 사실은 조승우의 원맨쇼에 따라 드라마가 완급을 달리하고 있다.

결코 승소하기 쉽지 않은 난해한 이혼 케이스들을 신성한이 매번 시원하게 해결해내는 모습은 이 드라마를 이끄는 양대 축 중 하나다. 동명 웹툰의 원작자가 다양한 이유의 이혼들을 통해 만남만큼이나 이별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신성한, 이혼’이라는 중의적인 의미의 제목을 내놓은 모양이다. 그리고 드라마의 또 다른 한 축은 신성한의 개인적인 서사다.



피아니스트이자 독일에서 음대 교수로 활약하던 화려한 과거를 뒤로하고 변호사가 된 신성한은 평소 트로트를 즐겨 들으며 하루가 멀다고 라면으로 속을 푼다. 외모는 세련된 아티스트지만, 틈만 나면 자신의 ‘아재력’을 기막히게 뽐낸다. 소꿉친구 장형근(김성균), 조정식(정문성)과는 아웅다웅하면서도 매일같이 어울리며 찌질한 듯 푸근한 브로맨스로 드라마에 웃음기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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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흥미 요소가 다양한데, ‘신성한, 이혼’은 조승우라는 카드를 내놓고 아직 제대로 플레이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신성한이 왜 피아노를 그만두고 변호사가 됐는지, 왜 피아노는 물론 와인까지 담을 쌓게 됐는지, 신성한이 진짜 싸우려는 상대가 누군지 등을 가려둔 채 주변부를 둘러온 까닭이다.


변호사가 다양한 사건을 다루는 드라마는 그동안에도 넘치게 많았고,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조승우가 플레이어로 나섰기에 ‘신성한, 이혼’을 관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 빨리 신성한만의 이야기를 풀어주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최근 방송에서 신성한과 대척점에 설 상대가 금화로펌 진영주(노수산나)라는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죽은 여동생의 시어머니였고, 지금은 진영주의 시어머니인 마금희(차화연)가 등장하면서 드라마가 본궤도에 올라선 분위기다. 아직 아군인지 적군인지 정체는 모호하지만, 마금희가 나오면서부터 확실히 긴장의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이제야 링 위에 선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대결을 시작하려는 순간인 것이다.

앞서 여러 이혼 케이스들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신성한이 진영주나 마금희의 존재만으로도 부르르 떠는 모습을 보면서는 태도가 달라졌다. 신성한이 느끼는 타격감이 나에게까지 전달되는 듯 진영주와 마금희에게 함께 분노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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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가 진영주와 마금희로 인해 치밀어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표현하는 고급스러운 분노의 제스처는 팬들을 환호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느물느물한 아저씨를 표현하는 조승우의 연기도 경이롭지만, 독이 있는 대로 오른 비정하고 예민한 아티스트이자 법조인이야말로 조승우가 아니면 안 될 캐릭터여서 팬들을 들뜨게 하는 것이다.

신성한이 피아노 치는 모습으로 그의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것 역시 조승우를 기용한 드라마에 어울리는 연출이다. 신성한의 감정이 북받칠 때면 어김없이 피아노 치는 모습이 등장하는데, 이때 조승우가 대역을 써서 연기한다고 한들 화면으로 전해지는 비장한 마음은 오롯이 조승우가 전하는 것임을 팬들이 모르지 않는다.

결국 조승우가 트로트와 클래식으로 일종의 극과 극의 내면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서사를 풀어가는 게 ‘신성한, 이혼’의 매력포인트다. 트로트냐, 클래식이냐에 따라 표정이 달라지고 몸짓이 달라지는 조승우를 지켜보는 재미다. 새삼 드라마를 이끄는 조승우의 힘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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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싸움이 시작된 만큼 맹렬한 싸움이 되길 기대하게 된다. 신성한이 이혼 의뢰인에게도 늘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이야기하듯 시청자들도 단단히 각오해야 할 만큼 격렬한 대결이 펼쳐져야 드라마 볼 맛이 날 것이다. 격앙된 마음만큼 통렬하게 싸워서 가슴에 응어리진 마음을 후련하게 풀 수 있길 바라게 된다. 싸움구경을 기대하는 구경꾼의 마음이다. 이러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입증하듯 신성한이 진영주에게 칼을 빼 들기로 작정하며 엔딩한 지난 6회에서 시청률이 급반등했다.

신성한을 자극하는 진영주와 마금희에게도 기대감을 보이게 된다. 진영주와 마금희의 활약에 따라 반격하는 신성한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아슬아슬하게 느껴질 수도, 아니면 민숭민숭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민하긴 하지만 그보다는 섬세한 배려심을 갖춘 인간미 있는 신성한이기에 마지막에는 따뜻한 결말에 당도할 게 자명하다. 그래도 그 과정까지 훈훈하면 너무 싱거울 것 같다. 경건하게 이별할 수 있는 성숙한 마음을 교훈으로 주려는 ‘신성한, 이혼’이라도 불꽃 튀는 기싸움으로 조승우에게 판을 깔아주어야 한다. 그래야 조승우도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맛이 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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