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코 승소하기 쉽지 않은 난해한 이혼 케이스들을 신성한이 매번 시원하게 해결해내는 모습은 이 드라마를 이끄는 양대 축 중 하나다. 동명 웹툰의 원작자가 다양한 이유의 이혼들을 통해 만남만큼이나 이별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신성한, 이혼’이라는 중의적인 의미의 제목을 내놓은 모양이다. 그리고 드라마의 또 다른 한 축은 신성한의 개인적인 서사다.

변호사가 다양한 사건을 다루는 드라마는 그동안에도 넘치게 많았고,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조승우가 플레이어로 나섰기에 ‘신성한, 이혼’을 관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 빨리 신성한만의 이야기를 풀어주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최근 방송에서 신성한과 대척점에 설 상대가 금화로펌 진영주(노수산나)라는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죽은 여동생의 시어머니였고, 지금은 진영주의 시어머니인 마금희(차화연)가 등장하면서 드라마가 본궤도에 올라선 분위기다. 아직 아군인지 적군인지 정체는 모호하지만, 마금희가 나오면서부터 확실히 긴장의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이제야 링 위에 선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대결을 시작하려는 순간인 것이다.
앞서 여러 이혼 케이스들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신성한이 진영주나 마금희의 존재만으로도 부르르 떠는 모습을 보면서는 태도가 달라졌다. 신성한이 느끼는 타격감이 나에게까지 전달되는 듯 진영주와 마금희에게 함께 분노할 준비를 하고 있다.

신성한이 피아노 치는 모습으로 그의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것 역시 조승우를 기용한 드라마에 어울리는 연출이다. 신성한의 감정이 북받칠 때면 어김없이 피아노 치는 모습이 등장하는데, 이때 조승우가 대역을 써서 연기한다고 한들 화면으로 전해지는 비장한 마음은 오롯이 조승우가 전하는 것임을 팬들이 모르지 않는다.
결국 조승우가 트로트와 클래식으로 일종의 극과 극의 내면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서사를 풀어가는 게 ‘신성한, 이혼’의 매력포인트다. 트로트냐, 클래식이냐에 따라 표정이 달라지고 몸짓이 달라지는 조승우를 지켜보는 재미다. 새삼 드라마를 이끄는 조승우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신성한을 자극하는 진영주와 마금희에게도 기대감을 보이게 된다. 진영주와 마금희의 활약에 따라 반격하는 신성한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아슬아슬하게 느껴질 수도, 아니면 민숭민숭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민하긴 하지만 그보다는 섬세한 배려심을 갖춘 인간미 있는 신성한이기에 마지막에는 따뜻한 결말에 당도할 게 자명하다. 그래도 그 과정까지 훈훈하면 너무 싱거울 것 같다. 경건하게 이별할 수 있는 성숙한 마음을 교훈으로 주려는 ‘신성한, 이혼’이라도 불꽃 튀는 기싸움으로 조승우에게 판을 깔아주어야 한다. 그래야 조승우도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맛이 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