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재 대신 '면죄부'…시진핑·푸틴, 반서방 연대만 다졌다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3.03.2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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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언론들 "러 침공에 정당성만 부여" 지적…
美정부 "中, 러시아 선전 '앵무새'처럼 따라 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 이뤄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전쟁 중단을 위한 돌파구 마련이 아닌 미국 등 서방을 견제하려는 중·러의 연대 강화를 위한 자리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앞서 '전쟁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던 중국이 러시아군의 철수 등 구체적인 전쟁 해법은 제시하지 않은 채 오히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회담을 마친 뒤 ‘중러 신시대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을 들고 있다.   /AFPBBNews=뉴스1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회담을 마친 뒤 ‘중러 신시대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을 들고 있다. /AFPBBNews=뉴스1


21일(현지시간) CNN·BBC·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의 러시아 국빈 방문 이틀째인 이날 정상회담을 갖고, '중화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의 신시대 포괄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외신에 따르면 두 정상의 공동성명에는 전쟁 확전을 완화하고, 궁극적으로 휴전을 촉구하는 12개 항목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러시아군 철수 등 전쟁을 끝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이들 외신은 짚었다.

BBC는 "성명은 12개 항목을 나열하면서 특별한 제안 없이 평화 회담과 국가 주권 존중만 강조했다"며 "우크라이나가 평화 회담의 조건으로 언급한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철수 내용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CNN은 "시 주석은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동안 평화 중재자를 자처했고, 전쟁 종식을 위한 계획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회담에서 그는 지난달에 발표한 모호한 문서의 휴전과 평화 회담 요구만 되풀이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중국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 정상화를 이끌어 시 주석의 이번 러시아 방문도 주목받았다.

올렉시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보좌관도 트위터를 통해 "중국의 '평화 계획'의 성공적인 이행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러시아군의 '항복' 또는 '철수'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회담을 마친 뒤 리셉션서 건배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회담을 마친 뒤 리셉션서 건배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미국은 '평화 중재자'를 자처했던 중국이 우크라이나 침공이 정당했다는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며 이번 회담이 종전으로 이어질 거란 기대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중국은 러시아의 선전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고 있다"며 "시 주석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는 한 번도 대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 영장 발부에도 시 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했다는 것은 중국이 러시아에 전쟁 범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중국은 러시아가 계속 그런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외교적 은폐를 제공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폴란드 싱크탱크인 동방연구센터의 중국 연구원인 야쿠브 야코보스키 부소장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시 주석의 이번 러시아 방문을 "러시아와 중국의 우정을 과시하고,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푸틴은 중국이 여전히 잃고 싶지 않은 중요한 자산"이라며 "이번 순방의 또 다른 목적은 러시아와 관계의 향방을 더 잘 통제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이번 회담을 계기로 '중국의 하급 파트너'로서의 러시아의 역할이 한층 강조됐다"며 "러시아는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지가 전쟁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 중국과 더 밀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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