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흔한 혈액암 '림프종', "장내 미생물 따라 치료 결과 차이"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3.03.22 10:47
글자크기
가장 흔한 혈액암 '림프종', "장내 미생물 따라 치료 결과 차이"


혈액암은 백혈병, 림프종, 다발성 골수종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이 중 가장 흔한 것은 림프종으로, 그 가운데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의 발병률이 가장 높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발생하는 림프종 환자 약 6000여명의 약 40%가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림프종은 비정상적인 면역상태와 연관이 크다고 알려졌지만 아직은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예방이 어렵다. 다행히 B림프구를 다스리는 단클론항체와 항암화학요법을 병행하면 치료 반응률이 75~80%에 달하지만, 효과가 없거나 재발하는 환자도 전체 환자의 40%로 적지 않아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을 낙담하게 한다.



특히, 항암화학요법의 부작용인 호중구 감소증으로 인한 패혈증 등 치명적인 감염병은 림프종의 치료를 어렵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혀왔다. 일반 항암 치료를 더는 진행하기 어렵고, 하더라도 계획보다 낮은 농도로 약물을 투여해야 하는 탓에 치료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석진(교신저자)·윤상은(제1저자) 교수 연구팀은 CJ 바이오사이언스와 공동으로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 림프종의 치료 결과를 향상할 방안을 모색해 21일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9~2021년 림프종 진단을 받은 189명의 대변을 채취한 후 이 가운데 총 158명 샘플의 유전자를 분석해 장내 미생물의 상태와 현황 등을 파악하고, 나이와 성별을 맞춰 건강한 일반인의 그것과 비교했다.

(사진 왼쪽부터)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석진·윤상은 교수 /사진=삼성서울병원(사진 왼쪽부터)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석진·윤상은 교수 /사진=삼성서울병원
그 결과,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은 항암 치료 후 호중구 감소성 발열과 같은 합병증 발생에 영향을 주고 치료 후 재발을 포함한 환자 예후와 연관성이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팀에 따르면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는 건강한 일반인과 달리 마이크로바이옴을 구성하는 미생물종의 다양성이 현저하게 낮았다. 유해균에 해당하는 '엔테로박테리아'와 '수테렐라'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혈액암 치료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부작용 중 하나인 열성 호중구 감소증은 엔테로박테리아와 밀접한 관련을 보였다. 연구팀이 환자 106명의 유전자를 전장 분석(WGS)한 뒤 엔테로박테리아가 확인된 추정치를 기준으로 환자를 나눴을 때, 낮은 환자들에서 무진행 생존율이 11.9배나 높았다. 장 내 엔테로박테리아 많은 환자의 경우 그만큼 재발이나 병의 진행이 더 잦았다는 의미다.

유전자 전장 분석으로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의 마이크로바이옴을 분석하고 상관관계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김석진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림프종 치료성적 향상을 위해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조절하는 추가 연구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연구재단, 대한혈액학회의 후원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는 최근 혈액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블러드'에 게재됐다.
TOP